손흥민은 친정팀 함부르크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약 50일 가까이 계속된 골 가뭄에서 완벽하게 탈출했다.(자료사진=LG전자)
손흥민(21·레버쿠젠)은 올해 초까지 프로 무대에서는 정상급 기량을 펼치면서도 태극마크만 달면 부진하다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진출 여부를 결정지을 중요한 경기들이 눈앞에 있었다. 손흥민에게 찾아온 첫 번째 위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보기 좋게 일어섰다. 지난 3월 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경기에서 마치 농구의 '버저비터'를 연상케 하는 극적인 후반 막판 결승골로 무너지던 '최강희호'를 일으켜세웠다.
골득실차로 힘겹게 월드컵 진출 티켓을 따냈다는 결과를 감안하면 손흥민의 극적인 골은 한국을 월드컵 무대로 끌어올린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시간이 지나 손흥민에게 또 하나의 과제가 주어졌다. 손흥민은 지난 9월 '홍명보호'의 부름을 받았다. 홍명보 감독과 인연을 맺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홍명보호'는 출범 후 극심한 골 가뭄에 허덕이며 4경기째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었다. 손흥민은 "홍명보 감독님께 첫 승을 선물해드리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홍명보호'의 위기는 손흥민에게 기회였다. 손흥민은 약속을 지켰다. 아이티와의 평가전에서 선제골과 쐐기골을 터뜨리며 홍명보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손흥민은 지난 달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선발이 아닌 교체 멤버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온갖 추측이 나돌았다. 홍명보 감독은 "내 경험으로는 팀이 한 선수에게만 너무 집중된다고 하면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손흥민은 곧바로 홍명보 감독 앞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냈다. 말리와의 평가전에서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결승골을 터뜨렸다. 결정적인 순간 한방을 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음을 보여줬다.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입지가 굳어지자 오히려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부진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명문구단 레버쿠젠으로 이적해 공격을 책임지는 삼각편대의 일원이 됐지만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았다. 리그 성적은 고작 1골, 게다가 9월 말 컵 대회 경기 이후 골 사냥을 하지 못했다. 현지 언론에서 "손흥민은 레버쿠젠의 조급한 공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선수"라는 혹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혹평이 들리자마자 손흥민은 일어섰다. 10일(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 아레나에서 끝난 친정팀 함부르크와의 경기에서 데뷔 첫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그간 부진을 한꺼번에 씻어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이겨냈다. 친정팀을 제물로 삼아 리그 2,3,4호 골을 연달아 터뜨리며 오랜만에 자신의 가치를 보여줬다.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손흥민 골 감각은 '리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