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 정상화 되면서 탈출 러시
- 수습 안된 시신들, 전쟁터 방불케해
- 약탈 횡행...삼성전자부터 털려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영환 목사 (태풍피해 당시 타클로반 거주)
슈퍼태풍 하이옌이 강타한 필리핀 중부 일대는 지금 참혹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의 아비규환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곳이 레이테 섬이라는 곳인데요. 공항도 통신도 마비가 됐다가 이제 정상화가 돼서 긴급구조대들이 속속 섬으로 들어가고 있고 또 현지인들은 속속 탈출을 하고 있습니다. 레이테섬의 주도, 타클로반에 살고 있던 우리 교민들 가운데 한 분을 지금 연결을 합니다.. 아마 더 생생한 소식을 전해 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마 방송에서 타클로반 교민 연결하는 건 이게 처음이지 싶습니다. 김영환 목사 연결을 해보죠.
◇ 김현정> 목사님, 지금은 어디 계시는 건가요?
◆ 김영환> 타클로반에서 어제 비행기로 나와서 마닐라에 있습니다.
필리핀 태풍피해 현장(출처=RT 방송화면 캡처)
◇ 김현정> 그래요. 이제 차례가 와서 어제야 탈출을 한 상황. 가장 궁금한 건 도대체 필리핀 레이테섬의 타클로반 상황이 어느 정도인가인데요. 우리가 간단히 뉴스를 통해서 동영상 보고는 있습니다마는 실제로 살면서 그 태풍을 겪은 그분의 느낌은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어느 정도인가요?
◆ 김영환> 저희는 처음에 비바람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워낙에 비바람이 센 지역이라. 그런데 삽시간에 물이 저희가 사는 아파트가 2층이었데 1층, 2층 나눠져 있는데 1층까지 물이 차고 들어왔어요, 순식간에. 그다음에 저희는 2층에서 물이 2층으로 올라오면 죽는 줄 알고 임종예배를 준비하는 그런 시간이었었어요. 그런데 1층에서 물이 갑자기 멈추면서 물이 빠져나가면서 살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임종예배를 준비할 정도의 상황...
◆ 김영환> 목조건물은 거의 100% 다 날아갔고요. 시체는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습니다.
◇ 김현정> 시신들이 수습이 안 된 채 아직도 그냥 눈에 띄는 겁니까?
◆ 김영환> 길거리에 지금 방치되어 있고요. 거적때기로 싸여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체가.
◇ 김현정> 지금 언론으로 들리는 사망자 집계도 좀 엇갈리고 있어요. 정부, 필리핀 정부에서는 천 몇백명이라고 하고 CNN에서는 1만 2천 명 얘기도 하고 하는데 그곳에서 느끼시기에는 어느 정도라고 지금 알려지고 있나요?
◆ 김영환> 그게 정확한 파악이 안 되는 이유가 주민등록이 안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시신들은 파악이 아마 100% 정확히 안 될 겁니다. 전혀 정확한 숫자는 파악이 안 됩니다.
◇ 김현정> 그냥 지나다니면서 보시기에는 이것은 전쟁 상황이라고 할 정도의 그런 상황?
◆ 김영환> 그 정도죠. 일가족이 다 죽어서 함께 누워있는 시신도 많이 봤고요. 그다음에 돼지나 개, 이런 동물들하고 같이 죽어서 눕혀져 있는 시신도 많이 봤고요. 굉장히 많이 죽었습니다.
◇ 김현정> 부상을 입은 사람들도 많겠는데 어떻게 치료는 받고 있습니까?
◆ 김영환> 아니요, 의약품이 절대적으로 모자랍니다. 타클로반에 배다리 하스피틀이라고 그 병원이 하나 있습니다. 그 병원도 무너졌어요. 태풍으로. 그래서 지금 의사들도 복귀가 안 된 병원들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의약품이 절대적으로 모자랍니다.
◇ 김현정> 그럼 마실 물과 식량도 당연히 부족하겠지요?
◆ 김영환> 당연히 부족하죠. 식량은 약탈 수준으로 제가 살던 타클로반 그 앞에 노비에스 상가라고 큰 상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폭풍이 오고 그다음 날 바로 다 털렸습니다.
◇ 김현정> 다 털렸어요?
◆ 김영환> 그 상가가. 그런데 특이한 것은 삼성전자부터 털렸습니다. 삼성전자 물건 다 털어나갔고요.
◇ 김현정> 휴대폰이니 TV니 이런 것들?
◆ 김영환> 그다음에 그 와중에 냉장고니 다 안고 업고 가더라고요. 슈퍼마켓의 물 같은 것, 생필품 이런 것들 그냥 다 들고 나왔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반드시 물과 식량이 필요해서 벌어지는 약탈의 수준을 넘어서는 거네요.
◆ 김영환> 예,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서, 특별히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도 욕심에 끌려서 약탈하는 경우도 있고요.
◇ 김현정> 이 기회에 한몫 어떻게 잡아보자.
◆ 김영환> 지금 제가 여기서 나와서 들은 얘기인데 그쪽에서 생필품을 놓고 심지어 죽고 죽이는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고 여기서는 그런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아예 비상사태가 선포돼서 밤에는 나가지도 못하고 발포도 하는 상황이라면서요?
◆ 김영환> 제가 있을 때는 계엄령까지는 아니었고요. 다만 전기가 안 들어오는 상태였기 때문에 5시, 6시 넘어가면 전혀 앞을 볼 수가 없습니다. 깜깜해가지고.밤이면 총소리도 들렸습니다.
◇ 김현정> 총소리를 들으셨군요. 우리 교민들 가운데 지금 생사 확인된 분들이 어떻게 되는가 이 부분도 굉장히 중요한데요. 어떻게 파악하고 계십니까?
◆ 김영환> 일단은 방송에서 생사가 확인된 사람들 이름을 올렸으면 제가 참 도움이 될 텐데 생사가 확인된 사람들 이름이 안 올라오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누가 누구인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제가 목사이기 때문에 목사님들, 선교사님들은 조금 살아 계신 분들을 제가 봤어요. 얘기를 들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거기 계시는 분들 가운데에서도 다 전화가 끊겼기 때문에 서로 얼굴은 알아도 이분이 살아 계신지 아닌지 확인조차 안 되는 상황이군요.
◆ 김영환> 아직까지는 그런 상황입니다.
◇ 김현정> 목사님, 필리핀 사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김영환> 저는 얼마 안 됐습니다. 올해 1월에 들어 왔습니다.
◇ 김현정> 올해 1월에. 사실은 우리도 큰 태풍 몇 번 겪었었거든요. 한국에 계실 때 태풍 매미도 있었고. 비교가 안 되나요?
◆ 김영환> 제가 경상도에 있었는데 매미를 경험해봤는데 이건 비교가 안 됩니다. 하이옌은 시속 370km로 알고 있는데 그냥 쇠창살도 다 날아갔습니다. 지붕이 뜯기고 목조건물은 100% 다 뜯겨져 나갔고요.
◇ 김현정> 쇠창살이 뜯겨나갈 정도의 바람?
◆ 김영환> 저희 아파트가 쇠창살이 울타리를 치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뜯겨져 나갔습니다. 쇠창살이.
◇ 김현정> 그렇군요. 우리가 매미에 유리 깨지고 이런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 김영환> 저희 같은 경우도 저희 집에 물이 들어와서 전자제품 같은 것 다 물에 둥둥 떠다녔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 김영환> 아비규환입니다.
◇ 김현정> 사실 목사님은 그래도 탈출하셨지만 탈출조차 할 수 없는 그 많은 필리핀인들, 주민들, 그분들을 위해서 아마 세계 곳곳에서 도움이의 손길이 가야 될 텐데 목사님께서 대표로 한국에 있는 국민들께 한마디 해 주시죠.
◆ 김영환> 지금 특별히 가난한 사람들의 피해는 말로 다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정부나 다른 나라에서 원조를 한다고 제가 들었는데 그 액수 가지고는 제가 느끼기에는 어림도 없는 수준이고요. 타클로반 레이테섬 전체가 사말섬까지 다 포함해서 완전히 붕괴됐습니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2, 3년 안에 복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고요. 이곳 사람들의 시신과 특별히 어린아이들의 처참한 시체들은 방송으로 보는 것하고 너무 다릅니다. 실제로 와서 이렇게 보시면 완전히 아비규환이고 지옥이고 먹을 게 떨어져 있고 물이 부족한 상태고 제 생각에는 빨리 헬기 같은 걸 동원해서 먹을 거라도 지급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