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은행들이 조세를 피해 흘러들어 간 1조8천억 유로(약 2천589조3천억여원)의 외국인 비자금을 관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런던경제대학(LSE) 주크먼 가브리엘 교수는 최근 파리에서 출판한 저서에서 올해 10월까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이같이 주장하고 이 가운데 1조 유로(1천437조8천억여원)는 유럽인들의 자산이라고 밝혔다고 이탈리아 일간 일 솔레 24 오레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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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이 맡긴 1조 유로 중에는 독일이 2천억 유로(약 287조5천억여원)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프랑스 1천800억 유로(약 258조8천억여원), 이탈리아 1천200억 유로(172조5천억여원), 영국 1천100억 유로(158조1천억여원), 스페인 800억 유로(약 115조), 그리스 600억 유로(86조2천억여원), 포르투갈 300억 유로(43조1천억여원), 기타 국가 1천600억 유로(약 230조1천억여원) 등의 순이었다.
유럽 이외 지역에서는 중동 1천800억 유로, 인도 1천800억 유로, 라틴 아메리카 1천700억 유로, 아프리카 1천200억 유로, 북아메리카 900억 유로, 러시아 500억 유로 등이었다.
주크먼 교수는 이러한 분석을 위해 스위스 중앙은행과 시중은행들의 기존 자료와 최근 다국적 기업들의 계좌, 은행들의 대차대조표와 부외거래, 국제수지와 불균형, 국제투자 등 접근할 수 있는 모든 통계치를 이용했다.
주크먼 교수는 자신의 분석이 많은 결점이 있고 결과물도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고 전제했지만, 지금까지 나온 어떤 보고서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위스 은행들이 관리하는 1조8천억 유로의 자금은 유럽연합(EU) 전체 금융자산의 6%에 상당하는 것으로 이중 아주 적은 액수(2천억달러)만 예금 계좌에 남아있고 나머지는 뮤츄얼펀드, 주식, 채권 등의 형태로 투자된 상태이다.
주크먼 교수는 특히 룩셈부르크 투자펀드에 6천억 유로, 아일랜드 펀드 1천500억 유로, 국제 투자자산에 4천억 유로, 채권에 4천500억 유로가 투자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위스에서 운용되는 있는 외국 자금은 주크먼 교수가 집계한 1조8천억 유로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스위스인 이름으로 된 차명계좌까지 합치면 2조에서 2조2천억 유로는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미국이 스위스의 은행비밀주의를 해체하기 위해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오히려 스위스에는 조세회피를 위한 자금이 더 많이 흘러들어오고 있다.
지난 2009년 4월 런던에서 G20 국가 정상들이 은행비밀주의 종언을 선포했지만, 그 이후 경제위기에도 스위스에 들어온 외국인 부유층의 자금은 14%나 증가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