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의혹 관련 고발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송은석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화록 삭제 지시를 했다'는 검찰과 '근거가 없다'는 민주당의 반박이 맞서고 있다. 당사자인 조명균 전 비서관의 ‘입’이 주목되는 이유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다음과 같다.
“조명균은 수차례의 검찰 조사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의록은 국정원에서 1급비밀로 보관하도록 하고, e지원시스템에 있는 회의록 파일은 없애도록 하라. 회의록을 청와대에 남겨두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 특히, 회의록 파일을 삭제하고, 회의록 문건을 파쇄한 행위는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음”
‘일관된 진술’인만큼 신빙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반면, 조 전 비서관 측과 민주당은 “검찰이 만들어낸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반론을 폈다. 조 전 비서관의 변호인인 박성수 변호사는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조명균 전 비서관이) ‘전자 형태 파일에 대한 삭제 지시는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진술 내용 자체를 180도 뒤집었다.
박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이 지난 1월과 2월, 6월, 7월, 8월, 10월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7월 진술부터는 1월의 잘못된 진술에 대해 정정했다”는 것이다. 간담회에 함께 나선 민주당 전해철 의원도 “본인이 기억이 안 나서 잘못 이야기한 부분을 일부 바꿨던 부분이 있는 것”이라며 “조 전 비서관의 가장 정리된 입장이 중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반박자료에서 “조명균 비서관이 검찰 진술에서 대통령이 삭제를 지시했다고 한 것은 당시 수사검사가 조비서관에게 ‘만일 기록관에 대화록이 없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유도심문을 했다”고 주장했다. 도리어 “검찰이 그런 질문했다는 것은 기록관에 대화록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의혹 제기가 가능하다”고 되묻기도 했다.
조 전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에게 올린 ‘메모 보고’와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 초본에 남겼다는 대통령의 지시글도 대조적이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이 회의록을 삭제한 이후 2008년 2월 14일 메모 보고를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메모 보고에는 “동 회의록의 보안성을 감안, 안보실장과 상의하여 이지원의 문서관리카드에서는 삭제하고, 대통령님께서만 접근하실 수 있도록 메모보고로 올립니다라며 회의록 삭제 사실을 명기하였음”이라고 적혀있다.
민주당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진상규명 대책단(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 민주당 전해철, 신경민, 박범계, 우윤근, 최원식, 박성수 변호사)이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검찰의 대화록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반면, 민주당은 회의록 초본에 남긴 대통령의 지시 전문 가운데 “이 녹취록은 누가 책임지고 한 자, 한 자 정확하게 다듬고, 녹취록만으로 이해하기 어렵거나 오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각주를 달아서 정확성, 완성도가 높은 대화록으로 정리하여 이지원에 올려 두시기 바랍니다”라고 한 대목으로 반박했다. “‘이지원에 올려두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누가 어길 수 있겠냐”고 전해철 의원은 항변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최종본은 왜 대통령기록관에 안 갔느냐”는 부분이 검찰 수사에서 빠졌다고 주장하면서 “고의적 실무 착오”라고 설명했다. 조 전 비서관 측 박성수 변호사는 “이 부분을 전혀 검찰에서 물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