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민주당의 규탄집회 준비과정에 참가자들이 청와대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민주당 의원들과 청와대 경호원들이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뒤 본청 앞 계단에서 몸싸움을 벌이며 충돌했다.
사건은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빠져나간 뒤 10시 40분쯤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본관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여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본청을 빠져나와 계단으로 가려던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경호 버스 3대가 본청 앞 계단 앞에 여전히 세워진 것을 보고 차를 빼라고 항의를 했고, 버스 중 한 대의 출입문에 발길질을 했다.
그러자 버스 안에 있던 운전담당 경호원 한 명이 버스에서 내려 강 의원의 뒷덜미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민주당 김현, 노영민, 서영교, 정성호 의원 등이 강하게 항의하거나 싸움을 만류했고, 다른 경호원들로 뒤섞이면서 서로 강하게 밀쳤다.
강 의원의 머리에 부딪혀 경호원은 얼굴을 다쳤다고 대통령경호실은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경호실 직원이냐, 신분증을 내놓으라"면서 "어떻게 국회의원의 멱살을 잡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해당 경호원은 "차량을 왜 치시냐. 놔라"고 맞섰다. 그는 “대통령경호실 소속이 맞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대통령경호실 관계자는 국회 출입기자들의 취재가 이어지자 “경호실 직원이 맞다”고 확인하면서도 자초지종이나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강기정 의원.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사태가 정리된 뒤 강 의원은 국회 브리핑을 자처해 당시 경호원 2명이 자신의 양팔을 꺾는 등 제압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차량의 문을 발로 찬다고 해도 동료 의원들이 손을 놓으라고 했음에도 경호원이 ‘국회의원이면 다냐’며 마치 차지철처럼 무소불위 폭행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22경찰경호대 운전 담당 현모 순경이 강 의원으로부터 안면을 가격당해 서울 시내 한 병원으로 응급후송돼 봉합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강 의원의 폭력행사에 대해 법적 조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야 이 OO들 너희가 뭔데 여기다 차를 대 놓는 거야, 차 안 빼”라고 하면서 강 의원의 발길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우원식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문 앞에 버스가 가로막은 것은 국민과 대통령, 국회와 대통령 사이의 꽉 막힌 벽”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회의원 품행이라기에 낯부끄러운 광경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