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풀기 위한 협상이 오는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소위 'P5+1'과 이란이 중도 온건 노선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취임 이후 세 번째로 머리를 맞댄다.
양측은 지난 10월 15∼16일에 이어 지난 7∼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두 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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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번 협상에서는 P5+1 각국의 외무장관(중국 제외)까지 모여 초기 단계의 합의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프랑스의 제동으로 무산됐다.
오는 20일 협상을 앞두고 양측 모두에서 긍정적 전망이 일부 나오지만 이스라엘의 반발과 미국 의회의 추가 제재 움직임 등으로 낙관할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니다.
지난 협상과 마찬가지로 이번 협상에서도 가장 큰 쟁점은 이란의 고농축우라늄 생산과 미국·유럽연합(EU)·유엔 등의 이란 제재, 의혹이 제기된 이란 내 핵 시설 사찰 등 근본 문제를 풀기 위한 '제1단계 합의'가 될 전망이다.
현재 협상테이블에 올려진 '제1단계 합의' 초안은 지난 협상 막바지에 P5+1이 이란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앞서 언급한 핵심 쟁점을 해결하는 포괄적 합의 도출을 위한 협상을 가능하게 하는 초기 단계의 잠정적 합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란이 협상 시간을 끌어 핵무기 개발에 계속 가까워진다는 서방의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본격적인 협상 기간에 이란 핵 프로그램의 진전을 제한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프랑스는 (이란 핵협상의) 잠정 합의에 찬성하지만 단 4가지 (요구사항)에 기초해서만 그렇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가지 요구사항으로 ▲모든 핵시설에 대한 국제적 감시 ▲20% 농축우라늄 생산 중단 ▲농축우라늄 비축량 감축 ▲아라크 중수로 건설 중단을 언급했다.
그 대가로 P5+1은 제재 가운데 가역성이 있는, 다시 말해 제재를 해제했다가 다시 가동할 수 있는 일부 제재를 완화하는 게 '1단계 합의' 초안의 골자다.
이 초안에는 이란이 계속해서 강조해 온 '이란의 우라늄 농축권을 인정한다'는 문구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번 협상에서 이란 측이 프랑스의 주장으로 막판에 수정된 초안을 선뜻 수용하지 못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다만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최근 이란의 우라늄 농축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힌 것은 잠정 합의 타결 가능성 점치게 하는 부분이다.
자리프 장관은 전날 "우라늄 농축권은 포기할 수 있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도 "IAEA 회원국으로 누리는 당연하고 자명한 권리이기 때문에 명시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반관영 뉴스통신 ISNA가 전했다.
다만 P5+1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권을 묵시적으로라도 인정하지 않으면 1단계 합의 타결은 어려울 수 있다.
실무협상을 지휘하는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우라늄 농축에 대한) 권리 보장 없이는 아무런 합의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럼에도 꼭 이번 협상이 아니더라도 양측이 이른 시일 안에 1단계 잠정 합의는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심스러운 전망이라고 AFP 통신이 전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마크 피츠패트릭은 "이번 협상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지만, 결국 합의는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