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내 나이 49살, 그중 15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머리가 굵어진 뒤로는 인생의 반을 감옥에서 보낸 셈이다.
지난번 인천에서 경찰에 붙잡힌 게 벌써 7번째다. 그 뒤로 5년을 살고 나온 게 지난 8월.
감옥을 제집처럼 드나들었으니 아내도 자식도 모두 잃고 내 몸 하나 쉴 곳도 마땅찮다. 간신히 식당에서 배달하는 일자리를 구했지만 낮이면 외롭고 밤이면 쓸쓸한 날들을 보내는 것도 지겨웠다.
지난달 생일을 축하해준다며 동네 후배가 끌고 갔던 나이트클럽. 별다른 기대는 없었다. 술을 마시고 싸구려 안주를 먹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는 여성들과 만나는 그렇고 그런 밤이겠지.
그곳에서 그녀를 만났다.
이 나이가 되도록 자신 있는 건 결국 도둑질뿐이다. 그녀의 마음을 사기 위해 다시 남의 집 창문을 열었다. 내가 주는 용돈과 장신구가 훔쳐온 것인 줄 그녀는 미처 몰랐을 거다.
욕심은 커져만 갔고 이제는 그녀와 함께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좀처럼 내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몇 번이나 만나서 선물 공세를 펼쳤지만 언제나 시큰둥한 반응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때는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혼자 사는 여성이라면 의지할 수 있는 남자가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떠올릴 법 한 일이다.
하지만 그녀의 집에 도둑이 들면 무서운 마음에 나를 간절히 원할 거라는 생각은 왜 내 머리에 떠올랐던 걸까.
따로 도둑이 들기를 기다릴 것 없이 내가 직접 도둑질을 하겠다는 생각은 왜 또 떠올랐을까.
서울 광진경찰서는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금품을 훔친 혐의(절도)로 주모(49) 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주 씨는 지난 10월부터 최근까지 6차례에 걸쳐 절단기를 이용해 아파트 방범창살을 잘라 침입하는 수법으로 1200여만 원어치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주 씨는 "지난 10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김모 씨(44)의 환심을 얻기 위해 금품을 마련하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또 주 씨는 김 씨의 집에 도둑이 들면 두려운 마음에 자신에게 함께 살자고 제안할 것으로 기대, 지난 7일 서울 광진구의 김 씨가 살고있는 다세대주택에 같은 수법으로 침입해 140여만 원어치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 씨는 주 씨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품지 않았다"며 "주 씨의 범행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김 씨는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