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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기 뜨고 항모 기동…고조되는 美中 대결구도

국방/외교

    폭격기 뜨고 항모 기동…고조되는 美中 대결구도

     

    미국과 중국이 주고받기식 대결 수위를 점차 높여가면서 동북아 정세가 일촉즉발의 파고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미국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오후 7시 중국에 사전통보 없이 B-52 전략폭격기 두대를 동중국해 상공으로 비행시켰다. 오래 전부터 계획돼 온 정규훈련의 일환이라는 게 미국측의 설명이지만, 핵무기를 실을 수 있는 전략폭격기를 출격시킨 것은 앞서 중국이 23일 발표한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대놓고' 무시하겠다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이 지역은 중국과 일본이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다오위댜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인근으로, 미국은 일본의 핵심이익으로써 센카쿠열도 수호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일 갈등지역이 G2(주요 2개국) 대결지역으로 심화되는 셈이다.

    중국은 센카쿠 열도와 이어도를 포함한 방공식별구역을 일방 선포한데 이어 서해에 머물던 항모 랴오닝함을 작전지역을 벗어난 남중국해로 이동시키며 항모전단 훈련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힘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랴오닝함이 만약 필리핀과 대만 사이의 바스해협을 지날 경우 영유권 분쟁으로 민감한 지역인 오키나와의 요나구니섬 주변과 미야코해협을 지나야 하는 만큼 중국이 방공식별지역을 설정한 것과 맞물려 일본에 군사적 압박이 될 수도 있다.

    동북아 역내 패권을 둘러싼 미중 경쟁의 본격화는 중국이 분쟁지역을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고, 미국이 "현상유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시도(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라고 반발하면서 예고됐었다.

    앞서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20일 펴낸 '미·중 군사협력' 보고서에서 "미국은 지난 30년간 중국과 견실한 군사관계를 구축하려 시도했으나 해상분쟁지역에서 중국의 패권적 행동을 억지하는데 실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번 갈등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물리적 충돌까지 '각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핵 등 한반도 관련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인 만큼, 동북아 안정을 위해서라도 미국이 대중관계를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도 미 폭격기가 자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것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충돌국면까지는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는 역시 대미관계를 관리할 필요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고, 한국 등 우호국조차 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 설정에 반발하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미일 안보동맹이 일체화되는 상황에서 중일 간 분쟁지역인 다오위댜오 지역에서의 긴장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이 주고받기 식 대결을 이미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폭격기 출격부터 인과관계를 추적해보면,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 회의)에서 대중국 포위망으로써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을 미국이 지지해준 것 -> 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 선포 -> 미 폭격기 출격 으로 정리할 수 있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중국은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을 지지한데 대해 공식 비판을 자제해 왔는데, 이번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그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라 볼 수 있다"며 "동북아 지역 패권을 두고 미중이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 댜오위다오인 셈이고, 일단은 이를 자제할 만한 계기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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