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출발한 밀양 희망버스가 1박 2일간 활동을 큰 충돌없이 마무리했다.
밀양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1일 오전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 입구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마무리 집회를 열었다.
보라마을은 지난해 1월 주민 이치우(당시 74세) 어르신이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스스로 분신한 곳이다.
참가자들은 전날 밤 밀양역에서 문화제를 연 뒤 11개 마을로 분산돼 하룻밤을 마을 주민들과 보냈다.
주최 측은 이날 마무리 집회에 1,500여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희망버스 지역대표자 5명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공사를 강행할 명분이 없는데도 정부와 한전은 거리낌없이 아름다운 밀양을 파헤치고 있어 희망버스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순간 이후로도 각자의 일터와 삶터 곳곳에서 밀양 송전탑의 부당성을 전 국민에게 알리고, 밀양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고 지속적인 연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들은 "잘못된 정책의 결과물인 밀양 송전탑 공사를 멈추지 않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다시 밀양을 찾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가운데 송전탑이 통과하는 곳에 살고 있다는 한 참가자(안성시 삼죽면)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75만 볼트 송전탑과 50m 거리에서 13년간 살아왔다"며 "송전탑이 세워지고 난 뒤 농장에 있던 칠면조, 흑염소가 하나 둘씩 죽어가 지금은 문을 닫았고, 시력도 굉장히 많이 나빠졌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도, 한전 책임자도 철탑 밑에서 하룻밤 자고 나면 이 고통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문규현 신부도 "이치우 열사가 송전탑을 막겠노라고 몸을 불살랐다"며 "용산 참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밀양과 함께 해야 한다. 우리가 밀양이다"라고 강조했다.
마을 주민들은 큰 위로가 됐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보라마을 이종숙 이장은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앞으로도 관심을 가져달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우리가 밀양이다'가 새겨진 손수건을 마을 주민들의 목에 걸어줬다.
고령의 주민들은 고마움에 눈물을 흘렸고, 참가자들은 "할매 힘내이소. 또 올께요"라며 손을 붙잡기도, 안아주기도 했다.
경찰은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 주변에 50개 중대, 4천여명을 분산 배치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한전도 600여 명을 투입했다.
그러나 50여대의 희망버스를 나눠 타고 2천여 명이 1박 2일간 찾은 밀양 송전탑 현장은 경찰 병력과 실랑이가 벌어지긴 했으나, 큰 충돌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앞서 희망버스는 비폭력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희망버스 기획단은 보라마을 인근 논에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상징 조형물도 세웠다.
이 논은 고 이치우 어르신 소유로 102번 765kv 송전탑이 세워지는 곳이다.
설치미술가들은 희망버스가 출발하기 전 지난 28일 이 곳에 내려와 비닐을 둘러 압축한 짚단더미(베일) 45개를 원뿔 형태로 쌓아 조형물을 세웠다.
겉면에는 밀양 주민의 얼굴을 그렸고, 이 조형물을 '밀양의 얼굴들'이라고 이름 붙였다.
참가자들은 조형물을 둘러보며 사진에 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