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우리가 밀양이다'라는 글이 새겨진 손수건을 마을 주민들의 목에 걸어드렸다.
고령의 주민들은 고마움에 눈물을 흘렸고, 참가자들은 "할매 힘내이소. 또 올께요"라며 눈물을 닦았다. 서로 손을 붙잡고 안아주기도 했다.
1박 2일의 밀양 희망버스 행사는 그렇게 끝이 났다. 희망버스 기획단이 밝혔던 대로, 큰 충돌없이 마무리됐다.
밀양 주민들은 희망을 봤다. 반대 투쟁에 지쳤던 주민들은 "이번 싸움에 이길 수 밖에 없다는 힘과 신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문화제 때 누군가 말했던 우리가 반드시 이길 수 밖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이기는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길 때까지 싸울 것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고 말했다.
보라마을 이종숙 이장은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앞으로도 관심을 가져달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동안 경찰에 막혀 가보지도 못 했던 송전탑 공사 현장을 올라갈 수 있었던 점도 주민들에게는 큰 소득이었다.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김준한 공동대표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반드시 공사 현장을 밟고 오겠다는 주민들과 함께 경찰의 저지에 맞서 끝내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송전탑 공사 현장에 올라 가는 감격을 맛봤다"며 "이번에 주민들이 겪었던 가장 큰 희망은 현장에서의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도 "각자의 일터와 삶터에서 밀양 송전탑의 부당성을 전 국민에게 알리겠다"며 이번 밀양 방문을 일회성 행사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밀양 마을과 자매결연을 매고 지속적인 연대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다시 희망버스를 타고 오겠노라고 다짐했다.
희망버스를 계기로 잠시 주춤했던 송전탑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로 다시 알려지면서 반대 운동도 더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한전, "불상사 없어 다행"...송전탑 공사 속도 높이기로
한전과 경찰은 송전탑 건설 공사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한전 관계자는 "무엇보다 우려했던 점거 사태 등의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으면서 공사 진행에 큰 지장이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그러나, 밀양 희망버스가 계속된다면 반대 운동이 다시 불붙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송전탑 공사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미 1곳의 송전탑을 완공한 한전은 연말까지 6개 송전탑을 완공할 계획이다.
한전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81번 송전탑을 이번 주 안에 완공하고, 89번, 82번, 95번, 125번 송전탑을 차례로 완공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밀양에 들어설 52개 송전탑의 11.5%가 완공되는 셈이다.
한전은 현재 공사하는 16개 공사장도 연말까지 20여 개까지 늘릴 계획이며, 내년 5월 말까지 52기 모두 완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