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권과의 통합을 요구하는 집회가 계속되는 우크라이나에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 협정 협상을 재추진키로 했다.
이는 애초 시위에 강경 진압으로 맞서던 현 정권이 민심을 달래려고 내놓은 조처로 보인다. 앞서 1일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EU와의 협력 협정 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긴급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2일 호세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제협력 협정과 관련해 재협상을 요청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재협상의 타결 전망은 불명확하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유럽 통합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재협상에서 자국에 더 유리한 조건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누코비치 정권은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정치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가 지난달 21일 돌연 협정 추진을 중단해 2004년 '오렌지 혁명' 이후 최대의 반정부 집회를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막강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러시아의 압력 탓에 EU와의 통합 노선을 포기하자 국민들의 해묵은 반(反)러시아 감정이 폭발한 셈이다. 1일 수도 키에프에는 약 35만명 인파가 몰려 대통령의 퇴진 요구로까지 이어졌다.
야권은 대규모 집회를 계기로 의회에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내각을 축출하는 동시에 나아가 조기 대선까지 치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각 축출은 의회 과반인 226표가 필요해 170석을 보유한 야권에 다소 벅찬 목표다. 그러나 독립 성향 의원이 35명에 달하고 일부 여권에서도 지지 의사가 나와 축출 표결이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EU 통합 추진에 어깃장을 놓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반정부 시위가 혁명이 아니고 '학살'(pogrom)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