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윤성호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6일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 필요성을 설명한 데 대해 '고맙다'고 답했다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전했다. 우리 정부는 KADIZ가 동북아 갈등의 새 불씨가 될 수도 있다고 보는 미측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박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이 면담과 오찬시간을 합쳐 모두 2시간 20분 간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특히 KADIZ 확장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방공식별구역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고, 바이든 부통령은 한국의 노력에 대해 평가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CADIZ) 확장에 대해 '현상 유지'를 강조하며 반발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은 동북아 지역의 새 변수가 될 KADIZ 확대 방침에 대해서도 불편한 시선을 거두기가 어렵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물론 배석한 김장수 외교안보실장과 김관진 국방장관, 윤병세 외교장관 등이 KADIZ 확대는 일방적 CADIZ 선포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국의 방침이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 한미 공조 방향은 심화될 것이라는 점 등이 함께 강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부통령은 '지지한다'든지 하는 구체적 동의 의사를 나타내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이같은 설명에 '고맙다(appreciate)'고 답했다고 한다. 이 단어가 어떤 행동에 대해 고마움을 나타낼 때 쓰인다는 것을 감안하면, 바이든 부통령은 앞서 'KADIZ 문제는 한일 간의 문제'라는 미측 공식 입장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이 부분에 대해 "정부가 가까운 시일 내에 정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이 시점에서 우리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유의해 달라"며 구체적 설명을 삼가면서 "추후에도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상 유지'를 강조하는 미국이 8일로 예상되는 한국의 방공구역 정식발표 시점에서 적어도 '반대'나 '우려'의 입장은 취하지 않도록 한국이 설득한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미국은 이미 중국과의 CADIZ 갈등에서 자제국면으로 돌입했다"며 "바이든 부통령은 한국 상황을 이해해 KADIZ 확대를 막을 수는 없지만, 이 방침이 동북아 안정을 위협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맥락에서 윤 장관이 KADIZ 선포와 관련해서도 한미동맹의 견고함, '미국과의 추후 협의' 부분을 강조한 대목을 눈여겨 봐야 한다. 이날 오후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된 새 KADIZ가 오는 8일 공식화되지만, 그 집행 기준에 대해 정부는 철저히 동북아 안정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미측의 우려와 한국 여론을 동시에 고려한 일종의 중간적 조치인 셈인데, 새 KADIZ를 선포하되 '동북아 안정을 위해 한중일이 방공식별구역을 협의하자'는 식으로 발표를 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주권국가의 고유한 권리기 때문에 어차피 미국이 찬성이나 반대를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다만 이를 어떤 식으로 집행할 지에 대해서는 미국과 계속 협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