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신월동 침수피해 (자료사진)
행복주택이 들어설 예정인 서울 양천구는 서울 서남권의 대표적인 저지대로 매년 수해가 잇따르고 있다.
신정동 등 대표적 상습침수지역의 빗물을 안양천으로 배수하는 핵심시설인 '목동 유수지'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경우 장기적으로 수해 대응력을 떨어뜨려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과 신월동, 신정동 일대는 대표적 저지대로 1960년대까지 만해도 저습지 형태의 황무지였다.
◈ 목동 유수지 아파트공사가 '화' 부를 것그러나 서울시가 점점 확장되면서 오늘날은 과거의 저습지가 주택지구로 변모했지만
땅이 낮아 매년 침수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서울 양천구에서 발생한 수해현황을 보면, 2010년 신월동 일대를 중심으로 3876가구가 침수피해를 당했고 2011년 1182가구, 2012년 70가구가 침수됐다.
2010년(9월)에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퍼붓다시피 내려 3시간만에 230밀리미터의 비가 내리는 바람에 최악의 비피해가 발생했었다.
목동 신월동 일대가 상습침수지역으로 피해가 빈발하자 서울시와 양천구는 이미 지난 2005년 113억원을 투입해 목동 유수지에 제3펌프장을 건설했다.
하지만 요즘은 워낙 기후의 예측불가능성이 커져 50년간 시간당 최대 강우강도에 맞춰
펌프용량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고질적인 신월동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양천구 가로공원길~목동 유수지 간 지하 40미터 깊이에 직경 7.5미터의 빗물 집수터널공사도 현재 진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목동 유수지는 저지대인 양천구의 수해방지를 위한 핵심시설이다. 지대가 낮다보니 타 지역과 달리 강 옆의 유수지로 물을 모은 다음 그 곳에서 펌프로 물을 강(안양천)으로 퍼내는 시스템인 것이다.
◈ 주민들 "아파트 들어서면 유수지 확장은 불가능"
양천구 신월동 침수피해 (자료사진)
그런데, 정부는 여기에다(목동 유수지) 슬라블를 덮은 뒤 그 위에 행복주택 2800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이고, 양천구청과 양천지역 주민들은 안전성을 문제로 반대하고 있다.
유수지를 복개하고 위에다 대단지 아파트를 지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길래 주민들의 반대가 심한 것일까?
교통,학교,환경,소음,악취 등 수많은 부작용이 있지만 수해안전과 관련해서는 시간당 빗물 처리능력을 더 이상 늘리기 어려워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양천구청 치수방재과 관계자는 9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유수지는 빗물을 처리하기 위한 시설인데 위에 아파트를 지으면 나중에 설계빈도 이상의 많은 비가 올 경우 보수보강공사는 물론이고 확장을 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확장은 유수지의 용적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펌프용량을 늘리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유수지의)바닥을 더 파내려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행복주택이 들어서면 유수지로 이어지는 관로공사도 유수지 바닥을 더 파내려가는 것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 주민들의 의견이기도 하다.
신정호 목동 비상대책위 위원장은 "목동유수지는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2번째로 큰 유수지인데 이런 홍수예방을 위한 방재시설에다가 반영구적인 건물을 짓는다면 더 이상 유수지를 확장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주장했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와 이로인한 집중호우를 비롯한 환경문제는 심각한 생존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양천구 "국토부, 유수지가 사용중인 것도 몰랐다"
목동 유수지 뒤로 목동 중심축 상가가 보인다.
서울에서는 광화문과 강남역 일대 등 과거에는 수해가 발생하리라고 생각지도 않았던 곳이지만 침수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환경재해에 대비해 서울시가 지난 2004년 청계천을 복원할 당시에는 하천유역의 담수량을 200년 강우빈도에 맞춰 설계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양천구청은 최근 "기상변화에 따라 저류시설 확장이나 정비가 필요한 때에 유수지 상부에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대형건축물이 건립될 경우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 어려워 대규모의 인명피해와 재산피해 발생이 우려된다"는 공식입장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