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화려한 패션 감각을 뽐낸 박용택(왼쪽)과 손아섭. (윤성호 기자)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그들 만의 '패션쇼'다. 유부남 선수들은 아내의 조언을 받기도 하고, 총각인 선수들은 직접 옷을 고르기도 한다. 잠시나마 야구에 대한 생각을 지우고, 한껏 멋을 부리는 자리이기도 하다.
10일 열린 2013년 골든글러브 시상식. 이번에도 여러 후보들이 화려하고, 각자 개성에 맞는 패션 감각을 뽐냈다.
외야수 부문 후보인 손아섭(롯데)은 체크 무늬 자켓에 자주색 나비 넥타이로 패션 감각을 뽐냈다. "런던 신사 콘셉트"라고 환하게 웃는 손아섭이지만 정작 보여주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바로 '패션의 완성'이라고 불리는 양말이었다.
손아섭은 "양말이 포인트인데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면서 "바지를 짧게 입으면 다리가 짧아 보인다. 한 번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2011년에 그렇게 입었다가 욕을 많이 먹었다. 박용택(LG) 선배님처럼 다리가 긴 사람이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멋진 패션을 보여준 이호준(왼쪽부터), 최정, 양의지. (윤성호 기자)
3루수 부문 후보인 최정(SK)은 셔츠 단추를 풀어헤치고 야성미를 뽐냈다. 이른바 '상남자' 스타일. 최정은 "연말 행사를 위해 맞춘 옷"이라고 멋쩍게 웃었다.
포수 부문 후보에 오른 양의지(두산)도 익숙하던 포수 장비를 벗어던지고 말끔한 수트와 함께 시상식장에 나타났다. 왼쪽 가슴에는 행커치프를 꽂아 세련미를 더 했다. 양의지는 "비비크림도, 머리도 혼자 집에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명타자 부분 후보 이호준(NC)은 검정 안경으로 포인트를 줬다. 하지만 이호준은 "프로야구 20년 동안 처음 시상식에 왔다"면서 "(상을 못 타면) 눈을 가리려고 안경을 썼다. 선글라스를 쓰려다가 참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외야수 부문 후보 박용택(LG)은 평소 패션 리더답게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손아섭이 언급했던 발목이 훤히 드러나는 수트에 남들과 다른 슬립온 스타일의 구두를 신었다. 덕분에 시상식전 레드 카펫에서 팬들의 가장 큰 박수를 받은 것도 바로 박용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