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을 뒤흔든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 공판이 12일로 두 달째 접어들고 있다.
지난 달 12일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공판이 시작된 뒤 검찰과 변호인단은 50여명의 증인들을 상대로 신문을 벌이면서 혁명조직 RO( 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성격과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사건의 양상은 많이 바뀌었다.
사건 초기 RO모임의 녹취록 공개 등을 통한 여론몰이로 국민적 충격이 고조됐으나 공판 과정에서 핵심 증인인 제보자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는가 하면, 재판부에 의해 국정원 수사보고서의 증거채택이 줄줄이 보류되는 등 국정원 부실수사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변호인단은 그동안 국정원이 내란음모 혐의를 끼워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했다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내란음모 혐의 지우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17차례 이어져 온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국정원이 증거로 제출한 사진과 영상 파일에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과 국정원이 제보자 이모 씨를 조사할 때 미리 조서를 작성해 왔다는 점을 토대로 국정원이 위법한 수사를 했다는 주장을 폈다.
또한 국정원이 작성한 녹취록도 272곳이 수정되는 등 핵심 증거조차 증거능력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홍순석 피고인이 스마트폰으로 한국전력을 검색한 것만으로도 내란음모를 뒤집어씌우는 국정원의 수사는 말 그대로 짜맞추기 수사"라며 "공판 과정에서 국정원의 위법한 수사와 불법적인 증거 수집이 충분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변호인단은 나머지 공판에선 5·12 모임이 내란을 선동한 자리가 아니었다는 점을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19일과 20일 이틀 동안에는 5·12 모임에 참여했던 5명이 변호인측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과 분위기 등을 진술할 예정이다.
변호인단 관계자는 "당시 참여했던 사람들로부터 모임에 참여하게 된 경위와 진행 상황에 대해 들어볼 예정"이라며 "자신이 참여한 모임이 내란음모 현장으로 바뀌어 황당하다는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검찰도 반격 카드 준비…'녹취 파일'에 사활
지금까지 법정에 나온 증인들은 모두 검찰측 증인이지만 검찰은 오히려 수세에 몰리고 있다.
핵심 증인인 제보자 이 씨의 증언이 추측과 오락가락 진술로 마무리됐기 때문.
여기에 재판부가 국정원의 수사보고서에 대해 줄줄이 증거 채택을 보류하면서 검찰은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다.
이에 검찰은 앞으로 녹취 파일의 증거 채택에 여력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 씨가 주장한 RO 조직의 실체가 5·12 모임 녹취 파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보고 있다.
녹취 파일이 증거로 채택돼 법정에서 듣게 된다면 내란음모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세포원으로서 10년 동안 RO 모임을 가지면서 이 씨가 보고 들었던 내용들이 당시 회합에서 그대로 반증됐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국정원의 녹취록 수정에 대해서는 "국정원에서 녹취록 일부를 수정했지만 큰 틀에서 혐의가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 관계자는 "수정된 녹취록에서 오히려 혐의를 입증할 내용이 더 추가됐다"며 "절두산 성지 등 단어가 수정된 건 극히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정원은 '결전 성지'를 '절두산 성지'로, '전쟁 준비'를 '구체적 준비'로 수정하는 등 5월 모임 녹취록 112곳을 수정해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현재까지 진행된 공판에 대해 검찰은 "여론 등이 검찰에 일부 불리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핵심적인 사안이나 혐의가 흔들렸던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내란음모 사건은 모자이크에 가까워 조각조각난 퍼즐을 맞춰 큰 그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변호인단의 주장은 내란음모와 직결되는 혐의가 아니라 외부의 곁가지를 꼬투리 잡는 식의 흠집내기식"이라고 지적했다. {RELNEWS:right}
이 관계자는 "변호인단이 모두 진술 때 녹취 파일의 유리한 부분만 재생해 틀었는데 나머지 부분에는 더 심각한 내용이 들어 있다"며 "녹취 파일을 들어보고 판단하라는 것이 저희 쪽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