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벌어진 여대생 버스 집단성폭행 사망 사건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인도 여성들이 침묵을 깨고 숨겨왔던 문제를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뉴델리 버스 집단성폭행 사건 이후 성범죄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성범죄를 당해도 침묵하며 고통을 겪었던 인도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보도했다.
16개월 전 콜카타에서 집단성폭행을 당한 수제트 조르단(37)은 지난 6월 TV에 출연, "우리 여성들은 이제 더는 이런 부조리를 가만히 참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폭행을 당한 이후 몇 달이나 수치심과 절망 속에 보냈지만 뉴델리 집단성폭행 희생자 여성에 대한 사람들의 지지를 보면서 자신 역시 성폭행 사실을 "말할 수 있도록 담대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도시의 젊은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여성 학대에 맞서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월 서부도시 뭄바이의 한 방직공장을 취재차 찾았다가 집단 성폭행을 당한 22세의 여기자는 피해 발생 이틀 뒤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간당했다고 해서 삶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뭄바이의 한 여성 시민은 이에 대해 "과거라면 사람들이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 왜 그렇게 노골적으로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라고 생각했겠지만, 이제는 모든 뭄바이 시민이 그의 편"이라고 말했다.
좀처럼 드러나지 않던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제기도 잇따르고 있다.
변호사 스텔라 제임스(22)는 지난달 법률블로그에 글을 올려 현재는 은퇴한 인도 대법원 강굴리 판사가 지난해 인턴 시절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밝혔으며, 유력 탐사보도 잡지의 20대 여기자도 편집장의 성폭행 사실을 공개하고 "내 몸은 나의 것이지 고용인의 장난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성범죄 관련 각종 통계도 여성들의 이런 담대해진 경향을 증명해준다.
올해 1~11월 뉴델리에서 발생한 성폭행 범죄는 1천49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 이상이다. 성희롱과 기타 여성 관련범죄 통계도 급증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