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최종 승인한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또다시 무더기 오류가 발견돼 교육당국의 심의가 허술하게 진행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고대사학회, 한국중세사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민족운동사학회, 한국사연구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역사교육학회 등 7개 역사학회는 19일 회견을 열어 교학사 최종 수정본에서 652건의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교학사 교과서의 오류, 편향, 검증되지 않은 서술 등 문제점은 선사, 고대시대 93건, 중세 59건, 개항기 125건, 일제강점기 259건, 현대 116건 등에 달한다.
이날 검토설명회에서 '우리 민족은…한반도 문화권을 형성해 나갔다'(15쪽)는 한국 고대 문화가 만주를 포함하고 있어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을 무시한 나머지 마치 중국의 동북공정을 수긍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고구려·백제 유민에 대한 통일신라의 정책을 서술하면서 학계에서 사용이 드문 '융합'이라는 용어를 쓴 점도 문제라고 이들 단체는 주장했다. 고구려·백제 유민에 대한 차별이 분명히 존재한 만큼 이 표현은 부적절하다는 설명이다.
하일식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은 "지난 9월 일제 식민정책에 대해 '융합주의'라는 표현을 쓴 것을 지적하자 수정본에서 이를 삭제했는데 삼국통일 서술에서 이 표현이 또 등장한 것을 보면 결국 교학사 교과서 필진은 일제 식민지배와 신라의 삼국통일을 동일선상에서 보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고려 태조 왕건의 유훈 '훈요십조' 서술에서는 각 조를 요약하는 과정에서 본디 뜻과 다르게 내용을 전달했다는 오류가 지적됐다.
예를 들어 다른 교과서에서는 훈요십조 1조를 '불교의 힘으로 나라를 세웠으므로 사찰을 세우고 주지를 파견해 불도를 닦도록 하라'고 서술, '유훈'임이 잘 드러났지만 교학사 교과서는 이를 '우리나라의 대업은 부처께서 지켜주는 힘에 의지한 것이다'로 요약해 태조가 무엇을 지시했는지 알 수 없다고 이들 학회는 주장했다.
28쪽 가야토기 사진은 5세기대의 유물임에도 3세기 후반으로 설명했고, 11쪽 사진의 비파형 동검은 당시 고조선 영역이 아닌 경북 상주에서 출토됐음에도 고조선 출토 유물로 서술되는 오류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