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안들을 외면한 채 진학과 취업 등 개인적 관심사에 매몰됐던 청년들의 성찰과 각성을 담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대한 사회적 반향이 뜨겁다. 16일 오전 서울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정경대학 게시판과 담벼락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응답하는 대자보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는 고려대생 주현우 씨가 지난 12일 국가기관 대선 개입과 철도 파업 등을 소재로 대자보를 써서 사회ㆍ정치 문제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을 호소한 게 발단되어 현재, 전국 대학가는 물론 외국까지 확산되는 등 윤성호기자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의 단초가 된 고려대 대자보를 찢고 인증사진을 올린 뒤, 대자보를 붙인 여학생을 성적 비하까지 한 일베 회원에 대해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고려대 노벨광장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인 이샛별(20. 수학과) 씨가 "학교 안에 붙인 대자보를 찢고 온라인 상에서 인증샷을 올리며 본인을 성적으로 비하한 일베회원 '자****'를 처벌해 달라"며 지난 16일 고소장을 제출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고려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A(24) 씨는 지난 13일 이 씨가 교내 게시판에 "코레일의 노조원 직위해제를 비판하고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내용으로 써 붙여 놓은 대자보를 2차례에 걸쳐 훼손했다.
이어 14일에는 일간베스트에 "고려대 철도파업 대자보 찢어버렸다"는 제목으로 인증 글을 올렸다.
A 씨는 해당 글에서 "빨갱이들이 학교 망신 다 시키고 다니는 꼴 보기 싫어서 1차로 찢었는데 밥 먹고 오니 다시 붙여놨노"라며 "질 수 없어 다시 찢어 버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A 씨는 댓글에서 이 씨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 씨는 19일 오후 고려대 학생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가해자에게 공개 사과문을 부착하도록 하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지으려 했다"며 "하지만 사건 후에도 '허가받지 않은 대자보인데 찢어도 되는 것이 아니냐'는 등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자보를 찢는 행위는 단순히 종이 한 장을 찢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라며 "본인이 보고 싶지 않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이 담긴 대자보를 아예 찢어버리는 것은 타인에 대한 폭력이며 억압"이라고 강조했다.
또 "올해 문과대 학생회에서 진행했던 '5.18 사진전' 역시 일베 회원에 의해 훼손된 적이 있다"며 "고려대 대자보 훼손을 기폭제로 해서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대자보 훼손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보니, 어느새 대자보 훼손이 일베 안에서 하나의 문화로 잡혀가고 있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경찰은 지난 17일과 19일 이 씨와 A 씨를 불러 조사하는 한편, A 씨에 대해 성폭력특별법 위반과 모욕죄 및 재물손괴죄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