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팔순 축하하는 도쿄 시민들 (도쿄 교도=연합뉴스) 23일 팔순을 맞은 아키히토(明仁) 일왕과 왕족들이 도쿄 왕궁 베란다에 선채 축하인사를 하러온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23일로 팔순을 맞았다.
역대 일왕 가운데 재위 중 팔순을 맞이하기는 아키히토 일왕의 아버지인 쇼와(昭和·히로히토) 일왕에 이어 2번째다. 또 아키히토 일왕은 역대 일왕의 장수 순위에서는 쇼와(1901∼1989), 고미즈노(後水尾·1596∼1680), 요제이(陽成·869∼949년)에 이어 4번째에 자리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오전 장남인 나루히토(德仁) 왕세자 부부, 차남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왕자 부부 등과 함께 도쿄 왕궁의 베란다에 선 채 시민들의 축하 인사에 손을 흔들며 답례하고 인사말을 낭독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80세를 맞아 이렇게 여러분의 축하를 받게 돼 깊이 감사한다"고 인사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어 "동일본대지진의 부흥이 아직 진행 중인 가운데 올해는 큰 태풍이 이즈오시마(伊豆大島)를 덮쳤고, 적지 않은 지방이 풍수해로 고통을 겪었다"며 "피해자들을 생각하면서, 국민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3부 요인의 축하 인사, 왕족과 총리, 국회의원 등이 참가하는 축하연, 각국 주일대사들을 초청하는 축하회 등 행사가 진행된다. 이후 일왕 내외는 세 자녀의 부부와 왕궁에서 만찬 할 예정이다.
앞서 아키히토 일왕은 사전에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초등학교 학생 시절 겪은 전쟁을 꼽았다.
팔순축하 시민들 향해 인사말 읽는 일왕 (도쿄 교도=연합뉴스) 23일 팔순을 맞은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도쿄 왕궁 베란다에 선채, 축하인사를 하러온 시민들을 향해 인사말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왕은 "전쟁에 의한 일본인 희생자는 약 31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다양한 꿈을 갖고 살던 많은 사람들이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것을 생각하면 정말 참담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후 연합군의 점령하에 있던 일본은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소중한 것으로 삼아 일본국 헌법을 만들고, 다양한 개혁을 실시해 오늘의 일본을 일궜다"고 강조했다.
일왕은 "천황(일왕) 자리에 있는 것은 고독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나는 결혼으로 내가 소중히 하는 것을 함께 소중히 여겨주는 배우자를 얻었다"며 "황후(왕비)가 항상 내 입장을 존중하면서 곁에 있어 줘 평안을 느꼈다"고 부연했다.
일왕은 또 앞으로 행보에 대해 "나이에 의한 제약을 받아들이고, 가능한 역할을 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