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보고 포기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
-남자보다 승진 늦었지만 불평 안했다
-회식서도 절대 흐트러지지 않으려 노력
-직장맘에겐 남편 외조도 중요
-소신과 원칙 지키되 더 크게 포용할 것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선주 기업은행장 내정자
다음 주면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 은행장이 탄생합니다. 우리나라에 여성 은행원이 얼마나 많은데 행장이 최초겠느냐, 놀랄 분도 계실 텐데요, 처음입니다. 기업은행의 권선주 행장 내정자가 그 주인공인데요. 30년간 은행원으로 시작을 해서 행장까지 됐기 때문에 그 의미가 깊습니다. 화제의 인터뷰 기업은행의 권선주 행장 내정자, 지금은 부행장이세요. 연결을 해보죠. 권 내정자님, 안녕하세요.
◆ 권선주> 안녕하세요.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 권선주>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아직은 취임 전이신 거죠?
◆ 권선주> 예, 12월 30일 월요일날 취임하게 됩니다.
◇ 김현정> 대한민국의 첫 여성 은행장. 이게 기쁘지만 또 마냥 기쁘지만은 않으실 것도 같고, 어떻습니까?
◆ 권선주> 어깨가 굉장히 무겁습니다. 제가 처음에 은행에 들어올 당시만 해도 여성에게는 업무제한까지 있었는데 3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은행장이 되니 정말 감개가 무량하고 앞으로는 더욱 지평을 더 넓혀야 되겠다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 김현정> 권 내정자님도 처음에는 말단 직원부터 시작을 하신 건가요?
◆ 권선주> 그렇습니다. 제가 여성행원 공채 1기로 35년 정도 은행에서 현장에서 근무를 많이 했습니다.
◇ 김현정> 우리가 은행 가면 제일 먼저 만나는 데스크에 앉아서 우리 예금 받아주고 인사하고 이렇게 돈도 세주시고 이런 것부터 하신 거예요.
◆ 권선주> 그렇습니다. 하이카운터에서 시작했습니다.
◇ 김현정> 실례지만 미혼이세요?
◆ 권선주> 남편하고 아들 하나 딸 하나 이렇게 두고 있는 가정주부이기도 합니다.
◇ 김현정> 그러면 여느 직장맘처럼 아이 낳고 키우고 하면서 직장생활 하신 거죠?
◆ 권선주> 그렇습니다. 참 어려운 고비가 정말 많았습니다.
◇ 김현정> 저도 그 부분에서 감정이입이 되는데 육아 때문에 힘든 순간 어떤 순간 기억나세요?
권선주 기업은행장 내정자
◆ 권선주>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아팠을 때도 힘들었고요. 저녁에 계속 아이들을 데리고 자면 수면이 부족해서 때문에 출근해서도 힘든 점이 많았고요. 그다음에 남편이 외국으로 발령이 났을 때...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 남아서 가정과 직장을 동시에 양립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었습니다.
◇ 김현정> 남편이 보통 외국 발령이 나면 부인이 자기 일 그만두고 따라가기 마련이거든요.
◆ 권선주> 그렇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애들을 데리고 외국에 가면 애들한테 정말 좋은 교육의 기회가 있다며 시댁에서도 적극 추천을 하셨었거든요.
◇ 김현정> 그런데 안 가셨어요?
◆ 권선주> 그런데 저는 ... 그래도 작지만 제 꿈이 있었고 계속 한국에 남아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 시절에 그러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아마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남아 있냐 이런 얘기도 많이 들으셨을 것 같은데...
◆ 권선주> 그렇습니다. 특히 시댁 쪽에서 여러 가지 조언을 많이 해 주셨었죠.
◇ 김현정> 어떻게 그것을 다 뚫으셨어요?
◆ 권선주> 앞으로 5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는 앞으로 10년, 20년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는 여성도 계속 직업을 가지고 발전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굳게 가지고 있었거든요.
◇ 김현정> 그렇지만 마음먹은 대로 쉽지는 않으셨을 거예요. 유리천장, 실제로 존재하던가요?
◆ 권선주> 저는 한 번도 의식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당연히 저희 동기들보다 승진 이런 게 좀 늦은 편이었어요. 그런 자리에서 저는 불평하거나 내색하지 않고 더 실적을 쌓고 더 열심히 하고 어떤 기회가 오면 그것을 잡을 준비를 일단은 해야 되겠다 그런 생각으로 임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사실은 여기는 기업이거든요. 회식에다가 밤에 접대문화까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게 위로 올라갈수록 더 심하잖아요.
◆ 권선주> 늘 그래서 컨디션을 좋은 상태로 유지 하고요. 회식자리에 가면 술을 마시되 절대 취하거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생각으로 항상 임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고 가서 집에 가면 애들 숙제 봐주시고.
◆ 권선주> 숙제도 봐주고 같이 공부도 하고.
◇ 김현정> 슈퍼맘이시네요. 섣불리 따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78년에 입사하실 때 여성 직원이 몇 명이나 있었죠?
◆ 권선주> 55명을 뽑았는데요, 여성사원들이 당시에 네 명이 들어왔었습니다.
◇ 김현정> 몇 분 남아계세요, 지금?
◆ 권선주> 그분들은 다 결혼하시면서 그만두셨고요.
◇ 김현정> 제가 여쭤보면서도 그런 대답을 하실 거라고 예상했어요. 그 정도로 사실은 유리 천장이 존재합니다. 그 천장을 깨고 또 깨고 또 깨면서 살아오신 분인데 많은 젊은 직장 여성들이 이번 인사 보면서 사실은 꿈을 키우고 있을 것 같아요. 꼭 은행원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여성 직장인들을 위해서 한말씀 해 주신다면.
◆ 권선주> 저는 한마디로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순간순간 어려운 일들이 분명히 존재하고요. 애들이 학교를 가면 어려움이 생기고 또 사춘기에 들어가면 어려움이 생기고 고비가 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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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단계 단계 어렵지 않은 단계가 없는 것 같아요.
◆ 권선주> 맞습니다. 어쨌든 길게 보시고 어려움도 자꾸 견디다 보면 어려움을 이기는 습관이 생기거든요.
◇ 김현정> 그 내공이 언제쯤 쌓입니까, 그 내공이?
◆ 권선주> 한 번 어려움을 견딜 때마다 그런 게 계속 쌓인다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요. 어쨌든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그런 생각만 가지고 계신다면 도움이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요, 저는 여성 혼자, 부인 혼자만 그렇게 한다고 될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남편의 외조도 중요할 것 같아요.
◆ 권선주> 저희 남편도 여러 가지 제가 하소연 이런 것을 해도 그것을 충분히 잘 들어줍니다. 그러나 조언을 할 때 제 편을 절대로 들지 않고요. 객관적인 입장에서 아주 냉정한 조언을 해줬던 게 오히려 저에게는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육아 문제에 있어서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 권선주> 육아 문제는 제가 큰 도움을 못 받았고요. 앞으로 제가 바빠지면 좀 더 도와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 김현정> 행장님도 그 부분은 똑같으시군요. 젊은 남성들은 좀 달라져야겠죠?
◆ 권선주> 제가 최근에 어떤 분들의 주례를 한 번 섰습니다. 그런데 그 주례사의 첫 번째가 부인을 위해서, 아내를 위해서 일주일에 두 번이라도 꼭 아침을 남편이 해줘라 이게 제 주례사였습니다.
◇ 김현정> (웃음)저는 세 번으로 하고 싶습니다. 좋은 남편 옆에 아내가 있는 것이고 좋은 아내 옆에 좋은 남편이 있는 것이고 이것도 좋은 말씀입니다. 그런데요, 권 행장님. 최초의 여성 행장이어서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여성이어서 여성 대통령하고 코드 맞아서 된 거 아니냐 또 이런 의심의 눈초리도 있거든요. 이것은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 권선주> 분명히 그런 메리트가 저에게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저는 박대통령을 한번도 뵌 적은 없구요. 여성 은행장이라는 길을 지금까지 한 번도 저희가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우려를 하고 계시는 거거든요. 분명히 여성과 남성의 성차이가, 금융산업에 있어서 큰 차이는 없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진정성은 어디서든지 통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의 소신과 원칙을 가지고 더 크게 포용하는 그런 철학을 가지고 앞으로 헤쳐나갈 그런 계획입니다.
◇ 김현정> 사실은 금융권에도 앞으로 갈등의 소지가 있는 현안들 여러 개가 있습니다. 오늘 저희가 그 얘기까지는 안 했습니다마는 그때마다 슬기롭게 소통해가면서, 대화해가면서 풀어가시기를 당부드리고 싶네요.
◆ 권선주> 정말 감사합니다.
◇ 김현정>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요.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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