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최재원 대표와 양우석 감독. 좌로부터(퍼스트룩 제공)
'영화 변호인'이 연말 한파 속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어제까지 9일간 상영했는데 이미 3백만명을 돌파한데 이어 올해 안에 5백만 관객은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지만 영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관객들의 반응만큼 뜨겁지는 않다. 걸작이라는 평가는 아주 드물고 대부분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 또는 '수작' 이 정도의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심지어 영화 제작사 대표도 "평점 8점 정도로 완성도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영화"라고 평을 할 정도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영화 변호인' 왜 흥행돌풍을 일으키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정치적인 논쟁이나 논란이 이는 부분이 있다. 영화가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냐?= 사실 영화 <변호인>을 주제로 선택한 건 왜 이 영화가 만들어지게 됐는지 그것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영화 제작사인 위더스필름의 최재원 대표에게 왜? 어떻게 이 영화를 만들게 됐는지 그 이유를 물어봤는데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최 대표는 "이 영화를 구상하고 촬영하는 과정을 돌아보면 정치적인 의도가 없었다는 걸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오로지 취업만이 목표인 대학 후배들을 보면서 삶이 그런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영화가 구상된 것이 2012년 5월 초 쯤이고 촬영을 시작한 것이 올해 4월이니까 전혀 지금의 정치사회적인 상황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정치적인 의도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지난해 대선 전에 개봉이 되도록 했을 것"이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모티브가 된 건 맞지만 정치적인 얘기가 아닌 80년대 당시의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이 영화가 구상된 건 2012년 5월 초순 쯤"이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기획 동기에 대해 "전혀 엉뚱하게 학교(모교)에 가서 후배들을 만났는데 요즘 대학생들이 사회라던지 다른 쪽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들 목표가 오로지 취업밖에 없더라. 그래서 예전에 학교 다닐때 생각이 많이 났다.(참고로 최 대표는 86학번, 양우석 감독은 88학번) 왜 우리는 20대에 민주니 민중이니 하는 걸 입에 달고 살면서 기득권을 포기하고 목숨을 담보하면서까지 싸웠던 그런 얘기를 해주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당시 인권 변호사나 이런 분들이 많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드라마틱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양우석 감독이 자신이 오랫동안 준비한 것이라며 이 이야기(시나리오) 가지고 왔고 그래서 의기투합이 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렇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얘기인 건 분명하지 않느냐?
세법전문변호사로 활동하는 송우석 변호사(영화사 제공)
=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상업계 고등학교를 나와서 고시공부를 하다가 '공사판 노가다'로 일도 하고 밥집에서 밥값을 내지 않고 도망가고 부림사건을 계기로 돈 잘 버는 세무전문 변호사에서 인권 변호사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변호사 사무실도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이 활동했던 곳이고 주변 인물들도 당시의 인물 캐릭터와 비슷한 사람들이 배우로 등장한다.
그렇지만 영화를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색깔을 지우는 것이 목표라고 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한다.
최재원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전기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영화제작을 하면서 '노무현의 색깔을 빼는 것' 그 자체가 목표였다"면서 "전기영화를 만들지 않는다는 게 큰 이슈였다"고 강조를 했다.
양우석 감독도 "우리의 역사를 적확하게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통해 보는 거라고 생각했기에 1980년대를 가장 열심히 살았던 분들을 소재로 했다"며 "영화의 모티브가 된 분들은 그때를 정말 치열하게 살던 분이다. 영화를 통해 치열함을 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 이 영화는 우연한 기회에 구상이 됐고,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누구를 생각하고 만들었다가 아니라 무슨 얘기를 하고 싶다에 초점을 뒀다"며 거듭 강조를 했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를 비롯한 여러 평론가들이 공통되게 언급하는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일대기였다면 이 정도의 바람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화 전문가인 평론가들의 평가는 어느 정도냐?= 여러 영화평론가들의 평가를 들어보면 대략 10점 만점에 8점 정도가 다수이다. 별 5개로 표시하는 평가에서는 별 4개 아니면 별 4개반 이 정도가 대세이다.
최광희 평론가는 8점으로 평가하면서 무난한 정도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걸작은 아니고 '수작' 정도라고 평가를 했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잘 짜여지고 잘 만들어진 영화지만 여기저기에서 허점이 보이기도 하는 영화"라면서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노무현이라는 인물의 초창기를 착실하게 그려낸 영화"라고 평가했다.
전찬일 평론가는 "별 4개반(9점)으로 평가를 한다"면서 "초보 감독으로서 서툰 장면이 몇 군데 있지만 이 점이 오히려 주인공의 촌스런 캐릭터와 잘 부합되면서 영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면이 있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전찬일 평론가는 "연출이 꾸밈이나 잘난 체 하는 게 없이 담백하다"면서 "인물의 삶과 시대적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구현하려고 노력하는 진정성과 진실성이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영화사 제공
김형석 평론가는 "배우들의 연기를 완성도 측면에서 본다면 흠잡기 어려운 영화"라면서 "배우들이 캐릭터를 소화하는 부분에서는 이 영화가 아주 뛰어나다"라고 평가를 했다.
김 평론가는 " 이 영화가 개봉한지 일주일이 겨우 지났는데 벌써 중복관람이 늘고 있고 단체관람도 많고 시사회나 무대인사를 가면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치는데 이건 다른 영화와 다른 부분"이라고 소개했다. 영화가 흥행을 한다는 건 이미 완성도에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를 제작한 최재원 대표는 "80점 정도를 주고 싶다"면서 "양우석 감독도 비슷한 점수를 줄 것"이리고 말했다. 최 대표는 "영화 촬영의 기술적인 면에서 아쉬움이 많다. 앵글이나 카메라워킹 등 기술적인 면에서 좀 더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할 수 있었지 않을까"라면서 아쉬움을 나타낸 뒤 "그렇지만 영화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이나 대중 관객과의 교감 등에서는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이나 제작자까지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데도 이렇게 흥행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개봉의 타이밍이 적절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응답하라 1994'처럼 복고적인 드라마가 사회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대학가에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 열풍도 영화의 관객몰이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또 정치적으로도 2013년 지금의 현실에서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종북몰이를 하면서 민주노총의 사무실에까지 경찰이 강제 진압에 나서는 이런 시국과 고문으로 용공사건을 조작하던 80년대 당시의 시대상황이 겹쳐져서 떠올리게 된다는 반응들이 많다.
영화가 지난해 5월에 기획됐고 촬영이 올 4월에 이뤄졌으니까 지금의 상황을 예측하고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개봉시점의 시대상황이 당시의 상황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아대 정희준 교수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폭력적인 정권에 대한 반감이나 저항, 민주주의 갈망만을 주제로 했다면 이 정도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과 불통정권에 대한 저항에 노무현이라는 인물의 캐릭터가 더해졌기 때문에 구름관중을 모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광희 평론가는 "2013년의 사회적 맥락을 잘 읽은 영화"라면서 "관객들의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불안감, 결핍, 열망 등을 의식으로 끌어올려 민주주의적 가치를 상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이 영화가 '상식'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무리하거나 억지스런 논리 전개가 아니라 상식적인 얘기를 하면서 감동을 주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영화사 제공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영화가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키는 이유는 영화가 전하는 상식 때문으로 본다"면서 "영화에서 헌법 1조 2항을 외치는 장면을 비롯해서 상식이 주는 힘이 컸다"고 말했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송우석 변호사가 변론을 하면서 헌법 1조 2항을 외치는데, 한 평론가가 "1980년대 군부독재에 항거하던 시절이 아닌데 2013년 지금 헌법 1조 2항이 그렇게 심금을 울릴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전찬일 평론가는 "영화가 훌륭해서라기 보다는 영화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예상외로 크다"면서 "관객들로서는 세상이 답답하게 풀리는 게 없는데 영화가 막힌걸 확 뚫어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 평론가는 "연기자들의 인물연기가 적절하고 인물에 대한 몰입도를 끌어낸다"면서 "시대 분위기가 정의로운 사람을 필요로 한다. 대중들은 승리의 영화를 원하는 구나하는 걸 느꼈다"고 평가했다.
최광희 평론가는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활용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그것만가지고는 광범위한 호응을 끌어내기 어렵다"며, "노무현을 끌어왔지만 한 정치인에 대한 일방적 찬미가 아닌 반독재민주화 투쟁, 민주주의 확득과정을 관객들에게 재현하는 80년대 그 시절을 소환한 것이기 때문에 호응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다른 요소들도 많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상업적 요소에 충실한 영화다. 고문장면이나 법정에서의 열변을 토하는 장면 등등이 때로는 불편할 수도 있는데 이를 잘 소화했다. 최재원 대표는 "배우들이 연기의 힘으로 영화에 상업성을 부여해주고 상업영화로 가도록 해줬다"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영화제목이 왜 변호사가 아니고 변호인인가?= 트위터에 이런 글이 있다. "<변호인> 이 영화의 제목은 왜 "변호사" 가 아니고 "변호인" 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송강호는 변호사가 아닌 변호"인"을 연기했으니까"
변호사는 직업인으로서 돈 버는 직업인의 의미가 강하고 변호인은 변론하는 사람 그 자체 의미가 강하다는 얘기도 있다.
법조인들에게 물어보니 "변호사는 '자격증을 가진 사람'의 의미로 사용하고 변호인은 소송법상 법률적인 도움을 주는 걸 의미한다"고 말한다. 변호인은 법률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변호인 접견권과 같이 나와있지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라고는 표현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의미로 보자면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 변호사는 돈 잘 버는 '변호사'에서 인권을 변론하는 '변호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일부 보도에서는 벌써 천만관객을 예상하는데 너무 성급한 것 아닌가?= 영화가 18일 개봉했지만 오후 5시에 개봉을 한 것이러서 첫날은 12만여명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19일 23만명, 20일에는 30만명, 주말인 21일과 22일에는 각각 54만명, 23일 27만명,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44만명을 기록하더니 성탄절 당일에는 64만명으로 성탄절 신기록을 세웠고 어제(26일) 27만명으로 여전히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관객이 339만명으로 올해 안에 5백만명 돌파는 무난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이런 추세를 볼 때 <변호인>은 한국영화 중 9번째로 천만관객을 동원할 것이 확실시 된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영화를 둘러싼 논란들이 있고 그런 이유들로 인해 천만관객 쯤에는 '깔딱고개'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작자인 최재원 대표에게 영화를 제작하면서 관객을 어느정도 예상했느냐?라고 물으니
"개봉하기 전에는 무사히 개봉하면 좋겠다. 손해만 보지 말자고 했다가 첫 번째 관객반응 보고는 돈 좀 벌겠다. 5백만명만 넘기자 그러면 대박이다 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이제는 올해 안에 5백만은 넘길 것 같다고 하니까 조심스럽게 이러다 천만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이쯤 오면 처음 의도가 그랬기 때문에 이제는 관객 숫자는 저에게 별 의미가 없다"면서 "관객이 많아질수록 가져야 할 짐 같은 것이 생기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이 뭐냐?
영화사 제공
= 영화가 개봉되거나 책이 출간되고 나면 그 다음은 관객이나 독자의 몫이다. 영화를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평가를 하는 건 그래서 당연한 일이다. 이번 '변호인'도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고 때로는 논란을 일으키는 부분도 있다.
영화 제작자도 정치권에서 논란을 벌이거나 정치권에서 대사를 인용해 논평을 하는 게 곤혹스럽긴 하지만 그들도 관객의 한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화 평론가들이나 제작자들이 영화에서 주목할 부분이라고 강조하는 건 '상식'이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영화가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키는 이유는 가슴에 와 닿는 '상식' 때문"으로 평가했다. "영화에서 송우석 변호인이 사건을 맡는 과정도 자신이 아는 사람의 일 때문이고 변론을 하는 방식도 헌법을 가져와서 공감을 일으킨다"며 "사회적으로 상식이 무너지는 일이 너무 많다 보니까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으로 분석했다.
처음으로 영화감독을 맡은 양우석 감독도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영화의 모티브는 확실히 그분(노무현 전 대통령)이 맞다"면서 "영화가 가진 이야기의 구조와 역사적 사실은 좀 다를 수 있다. 영화는 영화로 풀려고 했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미화한 건 없다고 밝혔다.
주연을 맡은 송강호는 위더스필름의 최재원 대표와 출연을 논의하면서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보자"며 의기투합을 했다고 한다. 친구사이인 두 사람은 "상식이 통하는 아주 평범한 세상,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 그런 평범함이 지배하는 세상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최재원 대표도 "상식적인 얘기, 80년대 당시의 얘기를 그 자체로 전해주고 싶었다"면서 "젊은이들이 직장을 구하고 생활을 하는 것들에만 몰려 있는 것들이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그런 얘기를 하지 말고 삶의 가치는 다른데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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