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여고 대자보(사진 출처=트위터)
'친일'과 '유신독재 찬양'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등학교 재학생들이 처음으로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를 통해 학교당국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또 학생과 학부모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교학사 역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한 학교도 생겨났다.
2일 오전 7시께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 동우여고 2, 3, 4층 계단과 복도 6곳에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나붙었다.
대자보에는 "역사 왜곡이라는 문제를 가진 이 교과서를 채택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는 내용과 함께 교학사 역사 교과서의 문제점이 적혀 있었다.
대자보에서 지적한 교과서의 문제점은 △백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하고 안중근 의사를 교과서 색인 목록에서 제외 △249쪽에 '조선인 위안부가 일본군을 따라다닌 경우가 많았다'고 기술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5·16' 사료를 선별적으로 편집, 역사적 오류가 다수 발견 △교과서임에도 출처 불명확 등이었다.
대자보에는 특히 "경기도 내 450개 학교 중 조사된 436개 학교에서 단 5개 학교만이 이를 채택했는데 그 중 두 학교가 (같은 재단인) 동원·동우여고라는 점이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역사를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가르쳐야할 학교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의문을 감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문구를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 교과서 집필진들에게 건네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학교 당국은 이 대자보를 10여 분 만에 강제 철거했으나, 이날 오전 트위터에 사진으로 공개됐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 검인이 없는 게시물이어서 철거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하면서 "교학사 교과서 채택은 학교운영위원회 논의 등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소설가 이외수 씨는 31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미치지 않고서야, 역사를 왜곡하고 순국선열들을 모독한 휴지묶음을 교과서로 채택할 수는 없지요"라며 교학사 교과서 채택 움직임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공립고교인 경기도 파주 운정고등학교는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채택을 철회하고 다시 선정하기로 했다.
운정고교는 2일 오전 역사, 사회과 교사 등 5명으로 구성된 교과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운정고는 지난달 27일 교과선정위원회와 30일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도내 공립고등학교로는 유일하게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