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억원 대 사기 사건에 연루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조카인 조일천 씨에 대해 또다시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과 검찰은 조 씨가 별도의 다른 사건으로 기소돼 법정에 출석하고 있는데도 "조 씨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며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3억원 대의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씨에 대해 지난해 8월 '출석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기소중지 의견을 붙여 대구지방검찰청에 사건을 송치했다.
피해자 김모 씨가 제출한 고소장을 보면, 조 씨는 2010년부터 김 씨로부터 빌린 3억원 이상의 돈을 2년간 갚지 않았다. 조 씨는 김 씨가 줄기차게 채근하자 지난해 3월 독일 란데스방크 베를린 지점에서 발행한 4,000만 유로(현재 환율로 575억원 상당)의 무기명 수표를 대신 내줬다.
김 씨는 수표 진위여부가 독일 본점에서만 확인이 가능하다고 해 금융전문가를 독일까지 보냈지만, 결국 "수표는 위조된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조 씨는 수표 확인 비용을 준다는 약속까지도 어겼고 김 씨는 조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에 대구지검은 같은 해 11월 기소중지 처분을 내리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 조치를 취했다.
조 씨에게 수사당국이 내린 기소중지는 통상 피의자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을때 수사를 중단하는 조치다. 기소중지를 내릴때 범죄혐의가 중하다고 판단되면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지명수배를 내려 불시검문때 검거한다.
◈ 재판에 8번이나 참석…경찰 "신고하면 잡겠다"하지만 지명수배된 조 씨는 이미 다른 사기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꼬박꼬박 출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씨는 지난해 1월 재판에 넘겨진 이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3월 12일부터 12월 26일까지 모두 8차례나 출석했다. 다음 공판은 2월 4일로 잡혀있다.
이 사건은 조 씨가 홍콩에 있는 부친의 비자금 1,500억원에 대한 회수 비용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지인들로부터 5억1,500만원을 받은 뒤 갚지 않은 게 골자다.
검찰은 기소중지를 내기기 전에 '킥스'(형사사법정보시스템)를 통해 피의자가 다른 사건으로 기소됐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이를 통해 구속 상태인지, 아니면 다른 재판을 받고 있는지 등을 살펴본 후 소재를 파악한다. 이후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붙잡기도 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데 기소중지가 내려졌고, 또 지명수배 중인데도 검거가 안됐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검찰과 경찰이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조 씨가 서울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피해자가 재판 과정에서 어느 시간에, 어디에 있는지 제보해 주면 바로 검거할 수 있다"고 딴청을 부렸다.
◈ 2년전에는 1년만에 체포하고 "소재 파악된다"며 석방눈여겨 볼 대목은 조 씨가 기존의 다른 사기사건 수사 과정에서도 수사망을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는 점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5억원대 사기사건으로 1년 간 지명수배 중이던 조 씨를 지난 2012년 6월 체포하고도 이틀 만에 풀어줘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