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1월 7일 (화)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해인 (수녀)
◇ 정관용> 이 시간에는, 수많은 시들로 희망과 위로를 주는 분이시죠. 이해인 수녀님을 전화해 모십니다. 정말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이시고요. 또 투병 후에도 따뜻한 글. 또 씩씩함 이런 걸 잃지 않아서 ‘국민이모’라는 별명까지 생기셨죠. 최근에 40년 동안 쓴 시를 모아서 전집을 펴내셨네요. 이해인 수녀님 전화해 모십니다. 수녀님, 안녕하세요.
◆ 이해인> 네, 안녕하십니까?
이해인 수녀(자료사진)
◇ 정관용> 방금 제가 국민이모라는 별명까지 생겼다했는데요.
◆ 이해인> 네.
◇ 정관용> 국민이모 별명 누가 지어줬어요?
◆ 이해인> 그냥 제 글을 좋아하는 어떤 아줌마 독자가 지어줬어요. 편지에 썼더라고요. 카드에.
◇ 정관용> 그 독자가 편지를 보낸 국민이모라는 별명을 그러면 이해인 수녀님이 널리 알린 거예요, 세상에?
◆ 이해인> 아, 지난번에 기자간담회할 때 여러 가지 별칭들이 그동안 많이 있어왔는데 최근에 그것이 제 나이에 어울리는, 연륜에 맞는 것처럼 정겹게 다가왔다. 그렇게 말씀드렸죠, 제가. 아니, 그냥 이모는 엄마한테 못하는 말도 쉽게 할 수 있는 어떤 편안한 분위기로 좀 느껴지기 때문에.
◇ 정관용> 맞아요, 맞아요.
◆ 이해인> 실제로 제가 하는 역할이 또 근래에 보니까 많은 사랑의 심부름을 하고 있더라고요. 슬픈 사연, 아픈 사연 들어주고. 큰 도움은 못되지만. 그래서 이모라는 그 분위기가 아주 말이 어울리는 것 같아서 제가... (웃음)
◇ 정관용> 알겠습니다. 새해 맞은 지 이제 며칠 지났는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 먼저 제가 드리고요. 수녀님도 이 새해를 맞으면 무슨 새로운 소망 이런 거 하나씩 생각하세요? 혹시.
◆ 이해인> 글쎄, 뭐 하여튼 건강하고 이런 건 너무나 좀 상투적인 것 같고요. 우리나라 전체가 조금 더 평화롭고 모든 이가 서민들이 잘사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소망을 먼저 갖게 됩니다. 공동체적으로.
◇ 정관용> 네, 알겠습니다.
◆ 이해인> 그 모든 사람들이 공동선을 향해서 전부 이기심을 벗어버리고 좀 더 노력하는 그런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돼요.
◇ 정관용> 수녀님 바람대로만 됐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 이해인> 네.
◇ 정관용> 정식 시인으로 등단하신 건 몇 년도였죠?
◆ 이해인> 1970년도요.
◇ 정관용> 70년?
◆ 이해인> 네, 제가 수련 받고 첫 서원하고 얼마 안 돼서 가톨릭 ‘소년’이란 잡지에서 그런 제도가 있어서 아동문화 동시로써 등단을 하게 됐습니다.
◇ 정관용> 44년째네요. 지금 그렇죠?
◆ 이해인> 네.
◇ 정관용> (웃음) 그동안 모두 몇 편이나 시를 발표하셨죠?
◆ 이해인> 글쎄, 제가 일일이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하여튼 그 열 몇 권의 시집 중에서 이번에 순수시집 10권만 묶어서 두 권으로 해서 전집을 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한 산문 몇 백편에 시는 약 1000편 정도 쓰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계산이 나오더라고요.
◇ 정관용> 이번 전집에는 그러면 그 시는 거의 다 수록이 됐겠네요?
◆ 이해인> 그렇죠. 그래도 더러 아깝게 동시집하고 꽃시집하고 더러 산문집에 들어간 끼어있는 그런 시들도 한 100편인가 200편 정도 빠진 것 같아요.
◇ 정관용> 그거만 빼고 나머지는 다 포함이 됐다?
◆ 이해인> 네.
◇ 정관용> 그동안 열 몇 권되는 시집 내셨잖아요. 그리고 많이 팔렸어요. 인세 다 어디다 쓰셨어요?
◆ 이해인> 수도원에서 다 관리하고요. 제가 그 말이 와전이 좀 된 것 같은데 현금카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주민등록 카드밖에 없다”고 그렇게 했더니 전 재산이 주민등록 하나밖에 없다고 강조를 하는데. 책도 있고 뭣도 있고, 다른 물건도 있죠. 그러나 우리가 청빈서원을 한 수도자로서 사유재산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통장도 다 관리도 공동체가 재정 담당이 해 주는 것이죠, 경리과에서. 그래도 아쉬운 것은 다 채워지니까 불편하지 않고 그래요.
◇ 정관용> 그러니까 수녀님이 혼자내신 시집이지만 그 인세는...
◆ 이해인> 네, 우리 공동체가.
◇ 정관용> 수도원 전체가?
◆ 이해인> 네. 그리고 또 제가 쓰임새도 어디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 그러면 제 개인이름으로 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를 통해서 하고.
◇ 정관용> 알겠습니다. 특히 우리 이해인 수녀님의 시는 대부분 희망을 주는 그런 시들이 많은데요. 그래서 많은 독자들은 수녀님의 시를 읽으면서 뭔가 마음의 위안을 받고 또 다시 희망을 향해 가고 이러는데. 정작 수녀님은 어디에서 희망을 얻으세요?
◆ 이해인> 저도 뭐, 그냥 좋은 사람들 하고 같이 살고 있으니까 옆에 동료들과의 관계 안에서 아니면 성서라든가 좋은 책을 읽는 그런 독서 안에서 제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데 모차르트나 슈만이나 슈베르트의 음악을 통해서 아니면 사계절 내내 다르게 피어나는 꽃과 나무들 그런 자연과 교감을 통해서 그렇게 희망을 갖고 독자들의 여러 가지 위로와 기도의 말들 그런 데서 희망을 얻죠, 저도.
◇ 정관용> 몇 년 전에 암수술도 하셨는데 지금 건강은 어떠세요?
◆ 이해인> 그냥 뭐,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을 만큼 그냥 버티고는 있는데. 항상 약간은 불안하죠. 아무래도 그 상태가, 최인호 씨도 얼마 전에 떠나고 이런 걸 보면서 예측 불허한 것이 우리 암환자들의 상태구나. 언제라도 준비하고 있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정관용> 병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으시지 않으셨어요? 아직?
◆ 이해인> 5년이라고 해서 다 완치 판정받는 건 아닌 것 같고요. 제가 발견할 때 조금 무거웠기 때문에 계속 관찰하고. 또 체질적으로 혹이 많이 생기는 그런 체질이래요, 제가. 그래서 좀 주의를, 많이 긴장하고 있죠, 아무래도 항상.
◇ 정관용> 건강하셔야 되는데요.
◆ 이해인> 네.
◇ 정관용> 더 좋은 시 많이 우리 많은 분들한테 주셔야 되는데.
◆ 이해인> 네. (웃음)
◇ 정관용> 오늘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좋은 시 한 편 좀 낭랑한 목소리로 낭송해 주실래요?
◆ 이해인> 그럴까요? 마침 제가 이렇게 새해가 되면 함께 기도하고 싶은 새해, 우리나라 사람들 복을 많이 빌어주니까 ‘복스러운 사람이 되게 하소서’라는 짧은 시가 있어요. 그것이 마침 옆에 있는데 그거 읽어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