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기업의 '초갑질', 부산 화승계열사 임원 억대 금품받아

납품업체로부터 고급 세단에 천만원짜리 수표, 부인 계좌로 매달 돈 챙겨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인 화승 계열사 임원들이 납품업체로부터 상습적으로 억대 금품을 받아 챙겨오다 검찰에 무더기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이 한 임원의 집을 압수수색해서 찾아낸 명품 시계들. (사진=부산지방검찰청 제공)

부산의 대표 향토기업인 화승그룹 계열사 임원들이 납품업체로부터 장기간 억대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노골적으로 업체 측에 현금, 수표, 차량 등 금품 제공을 강요하는가 하면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납품업체와 거래를 끊어 부도에 이르게 하는 등 각종 '갑의 횡포'를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매달 부인계좌로 3백만원씩 송금, 시시때때로 천만원짜리 수표 제공, 고급 세단 상납까지...'

부산의 대표적인 대기업인 화성 계열사 임원들의 '갑의 횡포'가 도를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외사부(나찬기 부장검사)는 납품업체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화승그룹 계열사 임원 5명을 적발해 4명을 구속기소 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로 납품업체 대표 등 12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 회사 전무이사였던 A(50·구속)씨는 B(51·구속) 이사, C(51·불구속) 이사 등과 짜고 2008년 9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모 납품업체로부터 금품 4억7천만원 상당을 받아 챙기는 등 납품업체 3곳으로부터 고급승용차와 현금 등 5억2천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D(48·구속) 이사는 2008년 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납품업체 3곳으로부터 2억8천만원을 받았고 일부 금품을 E(50) 이사에게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이 금품을 받아 챙기는 수법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납품업체로부터 매달 천만원짜리 수표나 부인계좌로 3백만원씩 장기적으로 상납받는가 하면,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워 자신이 납품업체를 직접 차리는 수법으로 억대 돈을 챙기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중국법인의 대표로 근무한 한 임원은 현지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뒤 이를 불법 환치기를 통해 돈을 국내로 반입했다.

게다가 리베이트를 주지 않는 한 업체는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어 부도에 이르게 만들기도 하는 등 '초갑질'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자신이 받은 억대 리베이트를 또 상사에게 다시 상납하는 등 고질적인 리베이트 수수 관행이 조직 전반적으로 퍼져 있었지만 내부 감사 기능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검찰조사결과 드러났다.

이들은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금품으로 부동산, 주식, 명품 등 재산 증식에 사용했다.

실제로 검찰이 한 임원의 집을 압수수색한 결과 집안 내부 금고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시계와 명품가방, 모피 등이 진열(?)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방의 대기업에서 과거의 납품 관련 리베이트 수수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확인됐다. 어떠한 경우에도 범죄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인식이 확고히 정착되도록 해당 임원들의 예·적금, 차명 부동산 등에 대해 법원에 추징보전청구를 하는 등 범죄로 얻은 수익을 끝까지 환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