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한 이후 북·중 국경지역 경비가 강화되면서 양국 간 밀무역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랴오닝성 단둥(丹東)과 지린성 투먼(圖們) 등 북한 접경도시의 밀무역 종사자들을 인용해 북한이 최근 국경 경비를 대폭 강화하면서 그동안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져 온 밀무역이 크게 위축됐다고 8일 보도했다.
북한 측이 주문한 물품을 배에 실어 몰래 전달해온 단둥의 한 상인은 "지난달 30일 저녁에 북한의 거래 파트너가 모터보트를 타고 강을 건너와 평안북도 숙주, 박천, 평양 등지의 주문서를 건네며 물품을 준비해달라고 했지만, 이튿날 낮에 전화를 걸어와 돌연 거래를 취소했다"면서 "이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도 일어나지 않았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까지도 북한이 밀무역으로 중국에서 사들인 물건은 식용유, 쌀, 의류, 중고 가전제품 등이었는데 요즘은 최신형 휴대전화와 PC, 세탁기, 냉장고 등도 주문한다"면서 "이들 물품의 주문자는 기본적으로 도(道)와 군(郡) 단위의 1급 지도자들이며 평양의 일부 고급 간부가 사용하는 태블릿 PC도 밀무역을 통해 중국에서 보낸 것"이라고 귀띔했다.
신문은 국경지역의 정상적인 무역 종사자들도 장성택 처형 직후에는 자신들의 사업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낙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단둥의 한 상인은 "북한은 그동안 매년 12월 말에 명절을 지내기 위해 정부가 400대가량의 차량을 단둥에 보내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했지만, 올해는 100대 정도만 보냈다"면서 "북측 인사에게 물어보니 이는 경제 원인이 아니라 민감한 정치 문제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경지역의 물품 거래 가운데 규모가 큰 것은 모두 평양 쪽 관리들이 관여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고관과 연결돼 있는데 그들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북한 접경지역의 중국인들은 최근 북한군의 국경 경비가 눈에 띄게 강화된 것으로 전했다.
북한 측과 밀무역을 하는 한 주민은 "북한이 국경 일대에 지상부를 위장한 지하초소와 경비병을 늘렸고 강변에 석벽을 새로 쌓았는데 어떤 용도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기존 국경경비대 이외에 새로운 부대가 후방에서 국경 2선에 배치됐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들의 주된 임무가 탈북자를 막기 위한 것인지 1선의 국경경비대를 감시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