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았지만 법적으로는 6가지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로 남아 있습니다."
9일 낮 12시 부산지법 법정에서 열린 부림사건 재심 공판이 열렸다.
부림사건은 관객 800만명을 돌파해 천만을 향해 흥행몰이는 하는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돼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림사건으로 옥살이를 한 고호석씨는 "20대 중후반의 나이에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상상을 할 수 없는 구금과 소름끼친 고문, 투옥생활, 출소후 직업선택의 어려움 등 30년간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분단의 상황에서 더이상 국가보안법이 남용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재판부를 향해 최후진술을 했다.
최후진술에 나선 설동일씨는 "눈을 가리고 끌려간 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40일 동안 구타를 당하면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진술을 강요받았지만 당시 검사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며 "사법부가 실망을 주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은 최장 64일의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가 있었다"며 "피고인들의 최초 자술서는 10여 일이 지나 작성됐고 이로부터 2주 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고문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피고인들이 보관하고 있던 서적은 지적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지 북한과 공산주의 찬양 목적이 아니다"며 "12·12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이 계엄령과 국가보안법을 내세워 민주화 세력 탄압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구금, 고문, 협박을 해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당시 집시법과 계엄법은 무효이고 국가보안법도 현재의 법리에 따라 적용돼야 한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한 사건으로 이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을 받았다.
당시 20명의 교사와 학생 등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징역 5∼7년형을 선고받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
고씨 등 당시 부림사건에 연루된 5명은 2012년 8월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조사받으면서 구금된 사실이 증명돼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상 재심사유가 있는 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볼 이유가 있다"며 재심을 결정했다.
고씨 등 5명에 대한 재심 선고는 오는 2월 13일 부산지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