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5개월도 채 남지 않았으나 '게임의 룰'을 정하는 여야의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여야가 공통적으로 작년 대선 국면에서 공약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논의가 전혀 진척이 안된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특별·광역시의 기초의회 폐지안을 제안하면서 논란만 가중되는 설상가상 형국이다.
이달말로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활동 마감 시한을 앞둔 가운데, 여야가 끝모를 샅바싸움을 벌이느라 자칫 아무런 성과도 없이 특위활동이 막을 내리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오는 2월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등 지방선거 일정이 착착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여야의 논의는 이미 '실기'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야는 정치개혁특위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에 대해 이렇다할 협상조차 하지 못했다. 정당공천 폐지를 골자로 하는 6건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지난 8일에야 특위 산하 지방선거관련법 소위에 상정됐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했으나, 새누리당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정치개혁특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정당공천 폐지의 위헌 가능성, 실효성 문제를 거론하는 데에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정개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학용 의원은 1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당공천이 폐지되면 정당에 의한 검증 여과 기능이 없어져 20여년간 닦아온 공명선거가 물거품이 되고 '사인 간 게임'으로 변질될 것"이라며 "위헌 소지와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 위선적 개혁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꼼수', '대선공약 파기'라고 비난하고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를 결론짓지 못한 상황에서, 여야 간에는 전선만 자꾸 넓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내 당헌당규개정특위는 최근 기초선거 공천폐지 대신 특별·광역시의 기초의회(구의회) 폐지를 개선안으로 내놓았다.
새누리당은 '지방정치와 지방행정의 쇄신책'이라고 자평했으나 주변에서는 논의의 프레임을 바꾸려는 시도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정치개혁특위 민주당 간사인 백재현 의원은 "구의회를 없애자는 여당의 주장은 박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긴 '물타기'"라며 정부와 여당은 이에 앞서 기초선거 공천폐지에 대한 '결단'부터 내리라고 압박했다.
여야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 여부를 둘러싼 지방교육자치 선거제도를 놓고도 연일 팽팽히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당 공천을 배제한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감 후보자에 대한 정보부족 등으로 '깜깜이 선거', '로또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대안으로 시·도지사 후보와 교육감 후보의 러닝메이트제나 공동등록제, 간선제나 임명제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러닝메이트제 등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헌법에 어긋날 소지가 있고, 현행 직선제가 민주적 정통성이 있는 제도라면서 현행 틀을 유지하되 약점을 보완하자는 의견이다.
지방선거 제도개혁 문제를 놓고 여야가 쟁점마다 평행선을 달리면서 결국 논의가 흐지부지될지 모른다는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