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이주민 규제 논란이 육아수당 문제로 불똥이 튀어 동·서유럽의 감정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이주민 육아수당 지원 대상에서 국외 거주 자녀를 제외하려는 서유럽 선진국의 움직임이 기폭제가 됐다.
EU 안에서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국은 이주민 복지부담 완화를 위해 불합리한 국외 자녀 수당체계는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동유럽국은 복지차별이 부당하다며 맞서고 있다.
새해 들어 이주민 자녀 양육수당 문제로 회원국 알력이 커지자 EU 집행위원회는 영국 등 서유럽국의 규정 개정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라즐로 안도르 EU 고용담당 집행위원은 자유이주와 이주민에 대한 차별 없는 대우는 단일시장의 대원칙이라며 이주민 자녀 육아 수당제 변경 요구는 집행위원회에서 거부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도르 집행위원은 "이주민도 세금과 사회보장 분담금을 부담하고 있으므로 자녀의 동거 여부에 관계없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육아수당 규정을 바꾸려면 28개 EU 회원국의 비준을 거쳐야 하는 협정 변경이 필요하다"며 규정 변경의 어려움도 강조했다.
이 문제를 앞장서 제기한 영국 정치권을 겨냥해 분열을 조장하는 선동을 멈추지 않으면 EU 안에서 우정도 잃고 불량국가 이미지만 떠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동유럽 주민이 서유럽 선진국의 복지혜택만을 노리고 이주에 나선다는 '복지관광론'은 실체가 없으며 오히려 이주민들은 정당한 노동과 세금을 통해 이주국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유럽국들은 서유럽의 이주민 육아수당 규제 움직임에 들끓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영국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나타나 동유럽에 진출한 기업들은 불매운동에 휘말리지나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앞서 폴란드 연립정부 참여정당인 폴란드농민당(PSL) 얀 베리 당수는 영국의 이주민 육아수당 규제 추진에 항의해 영국 유통업체인 테스코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영국에서는 이주민 복지 규제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외에 거주하는 이주민 자녀 5만여 명의 육아수당까지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나 수당체계 개정이 추진됐다.
이주민 정책 운동단체인 마이그레이션워치는 자녀 육아수당 체계의 이 같은 허점으로 매주 100만 파운드(약 17억원)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EU 회원국 가운데 22개국이 국외 거주 자녀에 대한 양육비 지원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달리 영국을 비롯해 체코, 독일, 네덜란드 등이 국외거주 자녀에 대해서도 육아수당을 지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