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댁의 김치는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스북)
고려대학교에 '김치녀,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연달아 붙고 있다.
'김치녀'는 흔히 한국 여성을 비하하거나 왜곡할 때 쓰이는 말로, 지난 15일 고려대에 '김치녀로 호명되는 당신, 정말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처음 붙자 또 다른 대자보들도 이어지고 있다.
첫 번째 대자보 작성자는 "고려대에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 움직임이 다양한 이슈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면서 "이 시대의 여성들은 안녕한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어 "과거부터 있었던 여성 혐오는 나날이 악화돼 현재 '김치녀', '된장녀'라는 노골적이고 일상적인 형태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또 "'개념 없음'의 잣대는 남성에게 적용되는 것과는 다를 뿐더러 몹시 자의적이고 폭력적"이라면서 "공중파 TV 프로그램은 못생기고 뚱뚱한 여성을 웃음거리로 삼고 비하하지만, 키 180cm 이하의 남자가 루저라고 말한 여성은 일자리에서도 쫓겨난 채 사회에서 매장당했다"고 적었다.
김치녀의 기준은 다양한 사람들이 적은 것을 모아놓았기에, 한국 여성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
특히 카카오톡 채팅창을 묘사한 대자보에서는 "당신은 학벌과 임금이 남성보다 낮거나 혹은 높거나, 연애상대로써 외국인을 선호하거나, 섹스 경험이 많거나, 연애하면서 섹스를 해주지 않았거나, 이상형이 키 큰 남자이거나, 여러 남자와 친하거나, 여대에 다니거나, 내숭을 떨었거나 떨지 않았거나, 성형을 하고 예쁘거나, 성형을 안하고 못생겼거나 등등의 이유로 인해 김장당한 김치"라며 김치녀의 '기준'을 지적했다.
"김치녀라는 이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 검열하는 건 아닌지 모든 여성들에게 묻고 싶다"고도 썼다.
이에 화답하는 또 다른 대자보들도 붙었다.
"개념녀가 되기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해서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대자보에서는 "명품 가방 안 좋아하고 스타벅스 커피 안 마시고 남자들과 함께 된장녀를 욕하면 저는 개념녀가 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이제는 어떻게 해야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또 "좁디 좁은 '개념녀'의 자리에 저를 놓는 불가능한 일을 그만 두고 제가 살고 싶은 대로, 느끼는 대로, 원하는 대로 사는 데 붙여지는 이름이 '김치녀'라면 그 이름을 기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자보에서는 "여자는 외국인 남자를 만나선 안된다, 남자의 외모를 봐서는 안된다, 파트너의 경제적 조건을 따져서는 안된다 등 조건을 달고 이에 해당하는 여성은 혐오한다"면서 "혐오 대신 '취향 존중'을 요구한다"고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