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넘게 먼 우주 공간에서 동면했던 유럽우주국(ESA)의 혜성탐사선 로제타호가 극적으로 작동을 재개했다.
가디언과 AP통신 등 외신은 20일 오후 7시18분(현지시각) 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ESA 관제센터가 로제타호의 작동 재개 신호를 수신했다고 보도했다.
관제센터에 모인 과학자와 엔지니어 등 200여 명은 신호 수신이 확인되자 "그래 해냈다"며 서로 껴안고 환호했다.
로제타호의 트위터(@Esa_Rosetta)는 오랜 동면에서 눈을 떴다는 뜻으로 "헬로, 월드(Hello, world)"란 글을 보냈다.
로제타호는 17억 달러(1조8천억원)가 투입된 무인 우주선으로 목성과 가까운 궤도를 도는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따라 붙어 해당 혜성을 탐사하는 것이 임무다.
2004년 3월2일 발사된 로제타호는 2011년 6월 혜성을 향해 날아가다 통신장치를 비롯해 기기 대부분의 전원을 끄는 '동면'에 돌입했다.
햇빛이 잘 닿지 않는 먼 우주에 들어서면서 태양전지 발전도 어려워 혜성 근처에 도착하기 전까지 불필요한 동작을 멈추고 전원을 아끼기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동면 뒤 지금껏 지구에서는 로제타호의 상태를 알 길이 없었다.
20일 동작을 재개한다는 '알람 시계'가 기체 내에서 돌아가고 있었지만 탐사선이 2년 반 만에 눈을 떠 제대로 작동할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로제타호는 현재 지구에서 8억㎞ 떨어진 곳에 있다.
애초 로제타호의 동면에서 깨 6시간 '워밍업'을 하고 가장 이르면 20일 오후 6시30분(현지시간) 독일의 ESA 관제센터로 작동 재개 신호를 보낼 예정이었지만 실제 수신은 이보다 약 48분 지나서야 이뤄졌다.
로제타호 운영 매니저인 안드레아 아크코마초는 신호를 기다리던 상황과 관련해 "내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이었다. 이제 탐사선을 되찾았다"고 안도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