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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굶지 마세요, 미리 계산해뒀어요"

    독거노인, 폐지 줍는 노인 와서 먹도록 미리 국숫값 내는 손님들

     


    - 어려운분 위해 손님이 미리낸 국숫값
    - 많게는 3만원, 학생들은 2천원도
    - 폐지줍는 할머니 국수먹고 고마워해
    - 기부자와 액수 써두지만 대부분 익명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1월 22일 (수)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전은화 (시흥 호면왕국수 사장)


    ◇ 정관용>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나중에 와서 드실 수 있도록 가게에 미리 밥값을 내는 그런 가게가 있답니다. ‘미리내 가게’라고 하는데요. 카페, 빵집, 음식점 심지어 미용실도 있군요. 전국에 100곳이 넘는다고 그래요. 그중에 한 곳입니다. 시흥의 호면왕국수집이네요. 전은화 사장 전화 연결합니다. 전 사장님?

    ◆ 전은화>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누가 와서 밥 드시고 자기 밥값에다 추가로 더 내고 간다, 이 말인 거죠?

    ◆ 전은화> 네, 그렇죠.

    ◇ 정관용> 우리 전 사장님은 언제부터 이런 걸 시작하셨어요?

    ◆ 전은화> 저희는 시작한지가 한 달 정도 됐습니다.

    ◇ 정관용> 뭐,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이걸 시작하시 게 된?

    ◆ 전은화> 계기는 할머님들이, 여기는 폐지 줍는 할머니들이 좀 많더라고요. 그런데 가게 문을 여시고 국숫값이 얼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국숫값이 2000원 정도인데요. 그 국수를 못 사드시고 그냥 문을 닫고 물어만 보시고 가시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이 좀 찡하고 돌아서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좀 찡했어요. 짠했어요. 그래서 그거를 미리내 가게 본부 교수님 이메일에다가 사연을 올렸어요. 그래서 그 사연이 채택이 돼서 그거를 하게 됐어요.

    ◇ 정관용> ‘미리내 가게’로 이렇게 채택이 되면 뭐 상점 간판 옆에 뭐가 딱 붙습니까?

    ◆ 전은화> 네, ‘미리내 가게’라는 간판을 붙여줍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그러면 한 달 정도 됐는데 그 사이에 와서 자기가 먹은 밥값보다 더 내고 가신 분들이 얼마나 돼요?

    ◆ 전은화> 한 20명 정도 됩니다.

    ◇ 정관용> 얼마 정도씩 내십니까?

    ◆ 전은화> 많게는 3만원 선에서요. 학생들은 2000원 정도, 국수 한 그릇이 저희가 2000원이거든요. 그래서 지나가면서도 보고 그 취지에 대해서도 물어보시고요. 그래서 저희가 설명을 해 드려요.

    ◇ 정관용> 그 식당에 가면 ‘미리내 가게’라는 표시가 있고 미리내가 뭔지 설명이 쭉 쓰여 있겠네요? 어딘가.

    ◆ 전은화> 네. 그리고 미리 내시는 분들한테, 기부하시는 분들한테 그거에 대해서 어디 사시는지 이름 좀 적어달라고 그래요. 그래서 이제 그릇 수를 적으시면 저희가 실내 안에다, 매장에다가 다 붙여놓고 있어요.

    ◇ 정관용> 아, 어디 사시는 누구께서 몇 그릇 값 내셨습니다. 이렇게?

    ◆ 전은화> 네.

    ◇ 정관용> (웃음) 그래요. 어떤 분들이 그렇게 미리 내고 가십니까?

    ◆ 전은화> 한 20대에서 50대 안팎 분들이시고요. 이름은 좀 안 밝히시려고 하세요. 가족 단위 분들도 많으시고요. 교회나 목사님들이 아이들 교육상 데리고 와서 같이 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 정관용> 그렇게 하면 누가 와서 그걸 드시고 갑니까? 공짜로?

    ◆ 전은화> 폐지 줍는 할머니들하고요. 독거노인 분들, 요양보호사가 관리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그분들이 혼자 사시고 하루에 3시간씩 관리해 주시는 분들이 모시고 오셔서 드시고 그러세요.

    ◇ 정관용> 그러면 그분들은 매일매일 오시는 분도 있어요?

    ◆ 전은화> 네. 폐지 줍는 할머니, 손자만 데리고 사시는 할머니 몇 분이서 매일 와서 드시는 분이 계세요.

    ◇ 정관용> 드시고서 아주 고맙다고 하시죠?

    ◆ 전은화> 네. 너무너무 고마워하시는 데 저희가 얘기해요. 물론 저희는 끓여서만 드리는 거고, 기부하시는 분들은 별도로 따로 계시고. 많은 분들한테 마음을 따뜻하게 가지시면 됩니다라고 얘기를 드려요.

    ◇ 정관용> 그렇게 매일 오시는 분들하고는 또 친해지셨겠어요?

    ◆ 전은화> 네. 처음에는 멋쩍어서 얘기 안하시고 그냥 드시고 가시고 그랬는데 지금은 가족얘기도 하시고요. 하루에 얼마 벌었다고 얘기도 하시고. 힘든 얘기도 하시고. 그리고 옆에 또 할머님들하고 얘기도 나누시고 그러셔요.

    ◇ 정관용> 그렇게 기부하시는 분이나 또 와서 드시고 가시는 분들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어떤 사례가 있으세요?

    ◆ 전은화> 할머니 한 분이 따님하고 같이 사신다고 그러더라고요. 따님하고 같이 사시는데 저녁에 가면 밥이 없다고 그러셔요. 그래서 그냥 굶고 주무신다고 얘기를 하시기에 그러면 저녁에 오셔서 국수 한 그릇 드시고 가셔요라고 얘기를 했는데 마음이 좀 그렇더라고요.

    ◇ 정관용> 네, 그러네요. 미리 내고 가신 분 가운데 혹시 기억에 남는 분은 또 어떤 분이세요.

    ◆ 전은화> 글쎄요. 한 3만원 가까이 내고 가시는 분인데 그거에 대해서 물어보시더라고요. 조곤조곤 하게. 이게 어떤 취지로 하느냐. 그래서 이렇고 어려우신 분들, 지금은 저희가 그걸 알고 와서 달라고 하면 누구든지 주는데요. 저희는 일단은 독거노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우선적으로 먼저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런 얘기를 그분한테 얘기를 하니까 선뜻 그걸 주시고 가는데 제가 성함을 물었더니 성함 얘기는 안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좋은 데 써달라고 미소를 띠우는데 좀 마음이 정말 짠했어요.

    ◇ 정관용> 그렇게 한 번 와서 더 내고 가신 분이 또 와서 더 내고 가시고, 이렇게 반복되는 분들도 있겠네요.

    ◆ 전은화> 네, 여러 번 와서 내시고 가시는 분도 있고요. 처음 와서 내시고 가시는. 오늘도 할머니가 국수를 드시는데 그거를 보시고 열 그릇 값을 주고 가시더라고요.

    ◇ 정관용> 그런데 너무 많이 내려고 그러면 말리신다고요?

    ◆ 전은화> 네, 저는 저희가 국수가 2000원씩이라서요. 많이 내면 저도 부담스럽고 손님들도 좀 부담 주는 것 같아서 적당히 그냥 얼마큼만 하시라 그러고요. 많은 것보다는 2000원짜리다 보니까 여럿이 같이 동참해서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제가 많이는 좀 꺼리는 편이에요.

    ◇ 정관용> 상한선이 얼마입니까? 그러면?

    ◆ 전은화> 그거는 없고요. 그냥 3만원이 넘어간다면 제가 그냥 조금만 주세요라고 얘기해요.

    ◇ 정관용> 국숫값 2000원도 참 싼 값인데. 그렇게 팔아도 남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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