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를 24일 수용했다.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지 18일만이다. 통일부가 전제조건 없이 상봉 제의를 수용하라고 촉구한지 2시간 만이다. 북한은 상봉 제의를 수용하면서 전제조건을 달지 않았다. 그간에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연계시켜 왔다.
한미합동군사연습 중지는 북한이 최근 중점적이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핵심 사안이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 거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또,북한이 지난 16일 내놓은 '중대 제안'의 핵심도 한미합동군사연습 중지에 촛점이 맞춰져 있었다. 한미 양국은 연합훈련을 지속할 것임을 밝혔다.
이러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북한이 이산가족상봉 제의를 수용한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그만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절박감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집권 2년차인 김정은 제1비서는 장성택 숙청 이후 경제적 성과를 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외적 환경이 안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북한 침략연습으로 간주할 만큼 위협을 느끼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훈련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한다. 북남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의 중지를 내세우는 까닭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북남관계 개선 분위기 마련을 남측에 촉구했다. 급기야 16일 상호 비방중상 중지,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 등을 담은 중대제안을 한데 이어, 24일 '중대 제안'이 유화공세나 선전전이 아닌 진정성 있는 제안임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은 같은 날 이산가족 상봉 제의를 수용해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줬다. 이제 공은 남측으로 넘어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도 인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민간교류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이산가족상봉 제의에 호응해옴에 따라, 남북교류협력사업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금강산 관광재개, 5.24조치 해제 등 그간에 교류협력에 걸림돌이 되었던 현안들이 협상 의제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북핵문제에 대해 미국·한국-북한간에 '선비핵화'↔'조건없는 대화'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남북관계 진전에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 대사의 25일 기자회견에서 어떤 발언이 나올 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