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 김현정 앵커는 혹시 '대통령 경호부대'라는 말 들어봤나?
- 청와대 경호실 얘기를 하는 건 아닐거고…
= 그렇다. 그 경호실 얘기가 아니고 지난 19대 총선에서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국회에 진출한 새누리당 김상민의원이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경호부대가 아니라 국민의 경호부대가 되어야 한다"며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직접 겨냥해 비판하고 나섰다.
그동안 새누리당 내부에서 간헐적으로 당지도부나 청와대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지만 이렇게 정면으로 당 지도부를 겨냥하면서 경제팀을 전원 물갈이해야 한다는 주장은 처음 나온 것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새누리당 왜 청와대 경호부대란 소릴 듣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김상민 의원이 새누리당 전체를 겨냥한 것이냐? 아니면 원내지도부를 겨냥한 것이냐?
= 새누리당 내부를 향한 말이지만 구체적으로는 최경환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금의 원내 지도부를 향한 비판이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 (자료사진)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대통령의 경호부대가 아니라 국민의 경호부대로 대변자로 머슴처럼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정부 관료로부터 국민이 모욕당하고 고통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당사자들의 사퇴를 요구하기는커녕 침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며 "이게 도대체 과연 진정한 집권여당 원내지도부의 모습이냐?"고 원내지도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김 의원은 "귀태 발언 등 몇 차례 야당의 비상식적인 발언으로 대통령이 모욕당했을 때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집권여당 원내지도부의 강력한 리더십은 어디로 간 것이냐?"고 비판한 뒤 "이는 매우 이율배반적인 태도"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특히 "국민이 정부에게 모욕을 당한 마당에 국민이 지지해준 집권여당이 분노하고 대신해 싸우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현실과 마음은 대체 누가 대변해 준다는 말이냐?"면서 "우리는 대통령의 경호부대가 아니라 국민의 경호부대로 대변자로 머슴처럼 일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것이다.
▶ 상당히 수위가 높은 비판인데 왜 이렇게 강한 비판을 하는 거냐?= 그게 궁금해서 김 의원에게 이렇게 강하게 세게 비판해도 되냐? 라고 물었더니 김 의원은 "제가 한 발언이 상식적이고 양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그렇다고 제가 신변의 위협을 받습니까? 기껏해야 예를 들어 '공천 안 주겠다' 이런 부분 아니겠느냐? 공천을 지도부가 주느냐 국민이 주고 국민이 선택하는 것이지"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회에 와서 정치인들이 왜 정치를 안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국회에 들어와서 보니 교수 출신은 교수처럼 지내고, 관료출신은 관료처럼 지내고, 기업인 출신인 기업인 처럼 지낸다"고 비판한 뒤 "국회가 정치적 기능을 상실하면 존재의 이유가 없고, 그것 때문에 국회가 희화화되고 농락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자신의 발언은 소신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적인 문제"라고 강조를 하면서 "원내지도부를 향해 대통령 경호부대냐?고 비판하는 게 민감할 수 있지만 틀린얘기가 아니다"라고 거듭 자신의 소신을 내비쳤다.
▶ 김 의원이 경제팀 전원의 교체를 요구했는데? 개각을 주장하는 거냐?= 김상민 의원은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에 대한 교체요구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개각요구와는 다르다는 걸 분명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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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관리감독 부실 책임자인 현오석 부총리와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즉각 사퇴하는 길 만이 본 사태를 수습하는 길"이라며 경제팀의 교체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김 의원은 "경제팀의 즉각 사퇴 주장은 개각 요구와는 분명하게 다르다"면서 "경제팀의 대응을 볼 때 공직자로서의 의식이나 인식이 무자격하다"고 잘라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현 부총리가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경제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으로 모든 국민이 이를 인식하고 동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따라서 "현재의 경제팀 라인을 모두 교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온 국민이 동의할 때 교체하는 건 나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경제팀의 교체 주장은 김상민 의원만 한 게 아니지 않나?= 그렇다. 김 의원의 주장에 당 최고의원들도 동조하고 나섰다.
유기준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현 부총리에 대해) 문책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또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대해서는 "최근 카드 사태와 박 대통령집권 2년차를 맞이하는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보면 쇄신용이라든지 민심 수습하는 정도의 개각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혜훈 최고위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현 부총리 교체설에 대해) 많은 국민이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라며 사퇴설에 힘을 실었다. 이 최고위원은 특히 현 부총리가 '어리석은 사람은 일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해 "정무적 감각을 떠나서 사람의 기본된 도리로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며 "이런 말을 한다는 자체는 발상이나 생각이 그렇기 때문에 나오는 말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발언의 강도는 김상민 의원처럼 강하지는 않지만 분명하게 현 경제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여서 당 원내지도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심한 발언이다.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만들어 놨는데 부총리는 도대체 현실을 알고 하는 말이냐"며 "어제 회의가 감독체계의 문제점과 대책을 살피는 자리였는데 제 식구 감싸기를 한 것이 옳은 태도였으며 할 말이었는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언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이 빠를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카드사 신용정보대량유출사고와 관련 전병헌 원내대표, 신용정보대량유출대책특별위원회 강기정 위원장 등과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윤창원기자)
물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연일 현오석 경제팀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책임자인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무책임하고 무능한 경제부총리는 석고대죄하고 짐을 싸는 것이 도리"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볼통정치가 불러온 총체적 국정난맥에 대해 청와대와 내각에 대한 전면적인 인사쇄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통해 현 부총리의 무능함과 무책임함이 극명하게 드러났다"며 "경제수장으로서 자격을 상실한 현오석 부총리 사퇴를 재차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현오석 부총리에 대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국민들을 '어리석은 사람'이라 칭하고 이를 금융소비자 개인의 탓으로 돌리며, 국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발언을 내놓았다"며 "대한민국의 경제를 책임지는 고위공직자라는 사실을 의심케 하는 빈곤한 철학과 직업윤리를 그대로 드러낸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불리는 김 의원의 이런 주장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을 텐데?= 김 의원은 그 점에 대해 분명하게 입장을 밝혔다. "자신의 발언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눈치만 보고 침묵하는 원내지도부가 대통령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당이 나서서 경제팀을 비판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라니 대통령에게 갈 수밖에 없다"면서 "원내지도부가 타이밍을 놓치거나 계속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정부와 여당의 손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원내지도부가 대통령의 경호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을 경호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새누리당은 젊은이들의 쓴소리를 계속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그런데 당 지도부는 내심 불쾌한 표정이었다는 데?= 26일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했는데 김상민 의원의 비판에 대해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윤 수석부대표는 "원내지도부 열심히 하고 있는데…"라면서 "김상민 의원이 저한테 와서 뭐가 문제인지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특히 현오석 부총리의 경질요구에 대해서도 사태를 푸는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현 부총리의 경질요구에 대해 "일단은 사태 수습이 우선이다는 대 원칙을 갖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1기 경제팀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현재 들리는 목소리는 달게, 쓰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전면 개각이다', '물갈이다' 식의 정치공세는 사태해결, 사태를 푸는 데 현명한 방법이 아니란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의 핵심 당직자도 김상민 의원의 발언에 대해 "지도부와 교감은 전혀 없었다"면서 "혼자서 막 얘기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김상민 의원은 당지도부가 불쾌해 하는데 대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라며 다시 비판했다. 김 의원은 "당 지도부가 자신의 발언을 개인적인 의견으로 치부하는 데 이는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굉장한 기득권적 발상으로 심각한 현상"이라면서 "수많은 국민들이나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는 건,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국민의 생각을 국회의원을 통해 발언된 것으로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당 지도부와 사전에 의논하면 못하게 하거나 내용을 부정한다"며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었다"고 공개했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왜 청와대 경호부대란 소릴 듣나?
=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청와대의 눈치를 본다는 건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최경환 원내대표와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홍문종 사무총장이 이른바 친박 트리오로 불리면서 청와대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당과 청와대의 관계에 대한 불만이 시간이 갈수록 증폭되는 양상이다. 여당이 야당과 머리를 맞대고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데 청와대의 강경 일변도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청와대의 지시없이는 어떤 결정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독설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불만이 누적되면서 이재오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이계와 친박출신이면서 거리가 멀어진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 등이 쓴소리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당 지도부를 겨냥한 직설은 아니었는데 박근혜 키즈 출신인 김상민 의원이 당 지도부를 '대통령 경호부대'라며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특히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눈에 띠는 대목이 모피아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금융기관들에서 사고가 터졌다는 점이다. 롯데카드와 NH농협금융지주, KB금융지주 3개사 중 개인기업인 롯데카드를 제외하고 NH농협금융지주 임종룡 회장과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이 모피아 출신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이들을 감싸면서 국민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면 당연히 강하게 질책하고 근본적인 대책마련과 함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주 목요일(23일)과 금요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원내지도부가 한 발언은 실망스런 수준이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자료사진)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황우여 당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는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김기현 정책위 의장이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선 시급한 조치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큰 내용"이라고 언급을 했다. (이혜훈 최고위원과 심재철 최고위원이 현오석 부총리의 발언을 비판함)
24일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최경환 원내대표가 "미봉책으로 수습하고자 했던 정부의 안일한 업무태도가 만든 어처구니 없는 사태"라면서 "이제 정부의 말을 국민이 신뢰하기는 대단히 어려워 졌다. 카드사와 정부는 당장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라고 발언한 것이 전부다.
물론 원내지도부가 아무런 대책없이 경제부총리의 경질을 주장하거나 개각을 요구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국민을 모욕하고 책임져야할 사람들을 감싸고도는 경제부총리에 대해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건 김상민 의원의 지적대로 '대통령의 경호부대만 하겠다는 것이지 국민의 경호부대요 대변자가 될 생각은 없겠다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당 내부에서도 원내지도부가 청와대 눈치나 보면서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