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충북에서는 처음으로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진천의 한 오리농장.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충북에서도 일시 이동중지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처음으로 의심신고까지 접수되면서 가금류 사육 농가들의 불안감도 최고조에 달했다.
충북에서는 처음으로 의심신고가 접수된 27일 오전 진천군 이월면 삼용리.
가금류 농가들이 밀집한 곳이지만 AI 확산을 막기 위해 일시 이동중지 명령이 내려져서인지 마을 입구부터 인적을 찾을 수가 없다.
듬성듬성 서 있는 주인 없는 사육장들은 을씨년스럽기까지하다.
마을 중간쯤에 있는 한 오리 사육장은 텅빈 상태다.
이날 새끼 오리를 위탁 받을 예정이었지만 이동중지 명령이 내려지면서 입식이 연기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근의 한 종오리 농장에서 AI 의심신고가 접수되면서 앞으로도 입식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것.
이곳에서 8년 동안 종오리를 사육해 왔다는 최명호(56)씨는 현재의 상황을 두고 한마디로 "길거리로 나 앉아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최 씨는 사흘 뒤 1만 2,000마리의 새끼 오리를 받기로 했지만 인근 농가에서 AI 확진 판정이 내려지면 무기한 폐업이나 다름없다.
가뜩이나 최근 경기가 나빠 두 달 가까이 오리 입식이 늦어졌던 터라 피해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최 씨는 "사육장 11동이 비어있는 체로 벌써 두 달이 넘었는데 앞으로도 기약 없이 빈 사육장만 쳐다보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비싼 난방비 등으로 그동안 쌓인 빚도 값을 수 없는데 보상조차 받을 길 없이 생업마저 끊겼다"고 울먹였다.
AI 확진이라는 최악의 경우를 감안하면 최 씨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인근의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종오리 농가 입구에는 출입 통제선이 쳐졌고 방역차가 연신 소독약을 뿌려댔다.
방역당국이 예방적 살처분까지 검토하고 있어 땀흘려 키운 오리 5,000마리를 하루 아침에 잃게 생겼다.
인근 오리 농가들은 방역당국 관계자들을 보며 '저승사자'라도 만난 듯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만약 고병원성으로 결과가 나오면 반경 3km 내에 있는 21개 가금류 농가의 닭과 오리 23만 마리가 모두 살처분 대상이 된다.
인근에서 닭은 키우고 있는 한 주민은 "만약 고병원성으로 결과가 나오면 정말 큰 일"이라며 "10년 넘게 AI 청정지역이었던 충북이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의심신고 농가 반경 10km 내에 공동소독소 10곳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27일 오전 진천군 이월면의 한 종오리 사육농가에서 산란율이 70%에서 20%로 50% 정도 떨어졌다는 AI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특히 충북도내 첫 의심 신고이자, AI 전파의 주범으로 지목된 철새의 주요 이동경로인 서해안 벨트를 벗어난 첫 의심 사례여서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