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다시 한번 중산층 살리기를 화두로 내세우며 '정면승부' 의지를 천명했다.
집권 2기 2년차를 맞아 흔들리는 국정지지율을 다잡고 '행동'을 통해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취임 이후 6년간 견지해온 '대결의 정치'를 답습함으로써 정치권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지배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상ㆍ하원 합동회의에서 국정연설을 통해 밝힌 새해 국정 운영 구상은 '공정, 경제, 그리고 이를 위한 행동'으로 요약된다.
새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그동안 강조해왔던 일자리 창출, 실업자 지원 등 중산층 살리기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최저임금 인상, 이민 개혁, 소득 불평등 해소 등을 통한 공정·평등 실현에 천착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를 반영하는 그의 연설에서 일자리(38회), 고용 또는 실업(17회), 경제(11회), 중산층(5회), 평등 또는 불평등(8회), 기회(10회), 공정(3회), 최저임금(3회) 등의 단어가 여러 차례 등장했다.
집권 민주당의 표밭인 중산층 및 저소득층과 소수 계층을 끌어안을 수 있는 '내치(內治) 어젠다'를 내세움으로써 올해 11월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 내주지는 않겠다는 의도라는 평가다.
아울러 이를 통해 바닥을 기는 지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AP 통신과 GfK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45%, 반대율은 53%로, 취임 초기와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의회의 협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행정명령을 동원하는 등 의회를 건너뛰는 독자 행동을 통해 정치권 교착 상태를 정면 돌파함으로써 자신의 정책 구상을 실현하는 동시에 조기 레임덕을 막으려는 각오를 내비쳤다.
이는 집권 2기 첫해였던 지난해 공화당과의 대립으로 이민법 개혁, 총기 규제, 예산안 처리,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 등 핵심 정책이 표류하면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2009년 첫 취임 때부터 공화당과 사사건건 맞부딪쳐온 오바마 대통령이 앞으로도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이기도 하고 오바마 행정부의 일관된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대국민 메시지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에서 "의회가 성장을 촉진하고 중산층을 바로 세우는 정책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의회 없이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의회 승인이 필요 없는 연방정부 계약자에 대한 최저임금 인상, 장기 실업자 취업 지원, 구직 프로그램 확대 등의 조치를 통해 의회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승부수도 던졌다.
그는 국정연설이 끝나자마자 29∼30일 이틀간 메릴랜드주 프린스조지 카운티를 비롯해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위스콘신주 밀워키, 테네시주 내슈빌 등 민생 현장을 돌기로 했다. 국민을 직접 설득하겠다는 전략에서 비롯된 것은 물론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전에도 이민 개혁, 총기 규제, 재정 절벽 타개 등 의회와 충돌할 때마다 협상 테이블에 앉는 대신 백악관을 떠나 '현장'을 찾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애용해왔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 난맥상의 원인을 죄다 공화당으로 돌리는 듯한 태도를 유지해 지난 5년간 이어진 정쟁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경제를 후퇴시킬 뿐 아니라 지나치게 국내 현안에만 치중함으로써 외교 무대에서 미국의 주도권과 위상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연설에서 외교 문제는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란 핵 협상 이행, 유럽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이 언급됐을 뿐이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 이후 대응 연설자로 나선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공화·워싱턴) 하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이 미국민을 더욱 힘들게 하고 미국 경제를 뒷걸음질하게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