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과거사 갈등 국면에서 미국을 상대로 한 일본의 '무리수 외교'가 눈총을 받고 있다. 침략 역사를 부정하는 행보를 합리화하기 위해 무리한 논리를 들이대는 과정에서 외교적 결례까지 불사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미국을 상대로 하는 외교다 보니, 대표적인 장면은 주로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대사가 연출하고 있다. 그는 지난 29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2014년 아시아·태평양 전망' 세미나에서 최근 일본과 주변국들의 갈등에 대한 질문에 "미국이 누가 친구이고 동맹인지, 누가 문제아이고 잠재적 문제아인지를 분명히 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일본을 대표해 미국에 있는 직업 외교관이 "중국 말고 일본을 편들라"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밝힌 것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자 외교적 결례라는 평가가 많았다. 심지어는 "사사에 대사가 본국의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는 것 같다"며 동정어린 시선까지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사사에 대사가 최근 버지니아주 의회가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 표기를 병기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테리 매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에게 보낸 '협박성' 편지도 무리수 외교의 연장선상에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버지니아주에 투자한 일본 기업들이 철수할 수도 있다고 쓴 그의 편지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상대의 기분만 나쁘게 하는 행동"이라는 말들이 나왔다.
일본의 무리수는 민간차원에서도 국제사회의 빈축을 사고 있다.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우익세력들이 위안부 만행 고발 만화를 왜곡하는 전시물을 만들다 철거당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무리수들은 '역사프레임'에서 우위를 확보한 한국과 중국이 일본을 압박하고, 미국도 전쟁범죄와 관련해 일본과 거리를 두는 상황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일본 나름의 외교적 반격이 미국의 역효과만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워싱턴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4월 아시아 순방 전에 일본의 태도 변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