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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본의 극우와 특공 아줌마 콤플렉스

    [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일본 NHK 모미이 회장의 망언이 국제적 이슈가 됐다.

    "전쟁을 했던 어느 나라에도 위안부는 있었다. 한국은 일본만이 위안부를 강제연행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모미이 회장이 망언 파동으로 궁지에 몰리자 정치인들이 거들고 나섰다. 일본 유신회 소속 다나카 마사시 참의원은 국회의원 모임에서 "한국은 정부가 공식인정한 성산업 종사 여성이 5만 명이고 중국에서도 싼 값에 여성을 살 수 있는데 왜 일본만 문제 삼느냐'고 주장했다.

    일본 NHK 모미이 회장.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NHK 모미이 회장의 망언 뒤에는 아베 총리의 밑그림이 존재한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NHK 경영위원 4명이 바뀌는 틈을 노려 4명 중 3명을 자신의 최측근 인사로 교체했다.

    아베의 초등학교 시절 가정교사가 있는가하면 대표적인 우익 소설가, 우익이념의 철학적 틀을 제공하는 철학교수 등등이 새로 NHK경영위원회에 합류했다. 아베는 결국 경영위원회를 움직여 자신과 코드가 맞는 모미이 가쓰토를 신임 NHK 회장으로 앉혔다.

    일본의 전쟁범죄 중 가장 잔악한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지식인들조차 망언을 일삼는 이유는 뭘까?

    ◈ 알만한 인간들이 왜 그러는 걸까?

    야스쿠니 신사. (자료사진)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위패가 놓인 전몰자들은 만주사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이른바 15년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이다. (일본은 자기네 침략과 약탈, 패망을 얼버무리기 위해 15년 전쟁이라고 뭉뚱그려 부른다).

    여기에는 총탄에 맞아 숨진 사람보다 병에 걸려 숨진 사람이 훨씬 많다. 얼어 죽고 굶어 죽고 폐병 걸려 죽고 후방에서 여자를 탐하다 성병에 걸려 죽은 사람까지 다 들어가 있다. 청일전쟁 때는 전체 사망자의 86%가 병사자였다. 군부의 탐욕과 광기에 의해 전장으로 내몰린 허망한 죽음들이 모여 있다.

    태평양전쟁 말기에 일본은 '야스쿠니의 아내(妻)'라는 말을 만들어 전파했다. 남편이 천황을 위해 전사했으니 그들의 살아 있는 미망인들도 국가가 관리해줘야 한다는 취지이다. 그 '미망인'들은 결국 국가관리 하에서 재혼이 규제됐고 지금도 매년 8월 15일이면 검은 옷에 진주 목걸이를 하고 야스쿠니 신사에서 열리는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한다. 국가전체주의에 남성과 여성이 함께 희생제물로 바쳐진 셈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여성과 모성애와 국가전체주의를 교묘하게 엮어낸 일본의 국가철학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왕과 국가에게 모성애의 이미지를 덧씌워 위장했다. 일본의 왕 '천황'은 인류 모두를 포용하는 커다란 모성애의 발현이고 일본이라는 나라는 '천황'의 가족국가이며 국민 모두는 '천황'의 아들·딸이자 신하라는 이야기이다.

    백성의 아들은 ‘천황’의 아들이니 '천황'의 뜻을 따라 전쟁터로 가는 건 당연한 일이고, 병사들은 ‘천황’의 전쟁터에서도 죽은 후에도 '천황'의 모성애에 안겨 안식을 취할 수 있다.

    또 일본의 어머니들은 국가적 모성애 전통의 수호자이니 아들을 전쟁의 제물로 내놓는 건 어머니다운 일이 된다. 인간으로서의 가장 순수하고 이타적인 사랑, 여성의 모성애를 교묘하게 국가와 왕에게 끌어다 붙인 개념조작이다.

    일본의 여성들은 국가가 강제주입하는 이념에 의해 야스쿠니 콤플렉스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기록에 나타난 에피소드 몇 가지를 읽어보자.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가미가제 자살공격대로 나선 청년이 자신을 돌봐주던 나이 든 여성에게 이렇게 인사를 건넸다 "아주머니 저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겠습니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는 기겁을 한다. "안됩니다. 큰일 날 소리. 영혼이 반딧불이 되어 돌아와야 합니다"라고 타이른다.'

    '천황'을 대신해 죽으러가는 병사로서 확실하게 죽으라고 격려하는 이런 여성의 역할을 '특공아주머니', '병사할머니'라 이름 지어 불렀다.

    일본은 이런 아주머니 할머니들을 매스컴을 통해 적극 영웅시했고, 여성들은 병사들에게 목숨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장렬하게 전사하라며 등을 떠밀었다.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 일본의 특공 아줌마, 병사 할머니

    전쟁물자 공출로 굶주리는 일본 여성들에게 일본이 내 건 구호는 모두 병사가 될 아이를 낳아라, 굶주림은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뿐이었다.

    "낳아라, 길러라"

    "부족하다 부족하다 하지만 이는 방법이 부족한 것이다"

    어머니들의 글 속에는 야스쿠니 콤플렉스가 그대로 드러난다.

    '주군과 나라에 바치고자 아이들을 기르고 격려하는 사이 늙어가는 줄도 모른다 일본의 어머니여 장하도다'

    "우리 장남은 아무 쓸모도 없었는지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동생이 전쟁에 나가 있는데 죽어도 애통할 것 없으니 제 몫을 다하고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내 걱정은 마라, 전쟁에 나가면 앞으로 나가야지 뒤로 물러서선 안 된다. 어머니가 용서치 않겠다."

    일본의 어머니들은 전쟁터로 나가는 자식들의 두려움을 없애고 그들이 자살공격 전에 먹을 과자를 만들어 보내며 전쟁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일본이 전쟁을 무력전, 경제전, 사상전으로 분류했던바 과자를 만드는 건 경제전, 죽어서 돌아오라 떠미는 건 사상전이었다.

    국가주의와 모성애의 결합이 극적으로 드러난 예는 일본의 '어머니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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