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 개입 관련 수사 결과를 은폐·축소하고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선고 공판을 받기 위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송은석기자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축소,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6일 무죄를 선고받자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법조계는 물론 정계와 학계, 온라인에서도 "사법부는 죽었다"는 탄식과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
민변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재화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법원이 '국정원 댓글수사 허위 발표한 김용판 前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마저도 권력에 눈치를 보다니, 말문이 막힌다."고 밝혔다.
이어 "그 많은 물증과 증거가 있는데도 그 증거들을 믿지 못한다? 증거재판이 아니라 권력재판 아닌가?"라며 살아있는 권력 앞에 고개 숙인 사법부를 강력 비판했다.
전직 검사 출신인 백혜련 변호사도 "김용판 무죄라니!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백 변호사는 "김용판 이야말로 원세훈 보다도 선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장본인으로 더욱 죄질이 불량하고 정말 유죄라고 확신했다. 망연자실이다."라며 개탄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판결로 오히려 특검에 대한 논의가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박지원 의원은 "김용판 1심 무죄 선고에 대한 민주당 논평 '결국 특검이다' 이제야 그걸 아셨습니까?"라며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송호창 의원은 "은폐! 은폐! 또 은폐! 국가기관이 똘똘 뭉쳐 은폐한 대선개입을 수사하는 게 이렇게 어렵다. 그나마 수사팀까지 다 교체했으니 무죄는 당연한 결과"라며 "대선개입 특검의 필요성은 이번 판결로 명확해졌다"고 주장했다.
박영선 의원은 "너무 충격이커서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김용판무죄... 대한민국이 죽어가고 있군요. 권은희과장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재판부. 사법부도 유신사법부로... 우리는 조국의 숨소리에 느낌없이 살고 국민들은 속삭일뿐이라는 스탈린시대의 싯귀가..."라며 충격에 빠진 심리상태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다시 신발끈을 조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은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상영이 취소되고, 김용판 전경찰청장에게 무죄판결이 내려지는 나라에 내가 살고있다. 그러고도 문명사회인가..."라면서 "삼성불매와 앞으로 있을 모든 선거에 대비하는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고 신발끈을 조인다"며 결의를 다졌다.
아이디 전우치도 자신의 트위터에 "김용판 무죄를 통해 사법 정의라는 것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 깨닫았으리라. 정의는 주권자가 이뤄내는 것이지 대리자가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도 이어졌다.
아이디 1ji***는 "박근혜의 진돗개 정신은 모든 수단을 동원 자리를 지키겠다는 국민을 향한 협박이었음이 오늘 김용판 무죄판결로 확실해졌다. 진돗개 정신은 "주인이 멈추라면 멈추고 앉으라면 앉는 것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