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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탈락 수능만점자 "너무 착하게 답했나봐요"

교육

    서울대 탈락 수능만점자 "너무 착하게 답했나봐요"

    "아무도 없는 횡단보도에 빨간불,어쩌겠는가...상황극 면접"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전봉열 (수능 만점자)

    지난 수학능력 시험에서 인문계열 만점자는 32명이였습니다. 하지만 자연계는 단 한 명이였죠. 그런데 이 자연계의 유일한 만점자가 서울대에 떨어졌습니다. 만점을 받아도 떨어진다? 요즘 대학 입시가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다는 말은 들었지만 과연 어떠하길래 수능 만점을 받고도 떨어질 수가 있는 건지. 그야말로 지금 '화제'입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당사자를 직접 만나보죠. 자연계열 수능만점자 전봉열 씨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전봉열 씨, 안녕하세요?

    ◆ 전봉열>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저는 서울대 불합격하셨다는 소식 듣고는 인터뷰 안 하실 줄 알았는데 괜찮으세요? (웃음)

    ◆ 전봉열> (웃음) 잠깐 하는 건데요 뭐.

    ◇ 김현정> 불합격 소식 듣고는 조금 놀라셨죠?

    ◆ 전봉열> 저도 주변에서 많이 붙을 거라고 했는데 막상 떨어지니까 놀라기도 했고 아쉽기도 했는데 떨어질 만하니까 떨어졌겠죠. 인정하고 그냥 마음 편하게 있어요, 지금.

    수능만점 전봉열 학생(목포 홍일고 제공)

     


    ◇ 김현정> 생각보다 담담하시네요. 저는 굉장히 낙심해 있으실 줄 알았는데. 재수, 삼수 이렇게 하다보니까 좀 담대해진 거죠?

    ◆ 전봉열> 예, 그런 면도 좀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서울대 의대는 떨어졌지만 연대 의대는 수능만 100% 보니까 합격이 당연히 되는 거죠?

    ◆ 전봉열> 예, 합격했어요. 오늘 등록금까지 내고.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 전봉열> 감사합니다.

    ◇ 김현정> 그나저나 서울 의대는 만점자가 왜 떨어졌을까요?

    ◆ 전봉열> 저도 붙을 줄 알았는데 막상 떨어지고 나니까 떨어질 만한 이유가 되게 많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래요? 면접을 일단 어떤 식으로 봅니까, 요즘 면접은?

    ◆ 전봉열> 면접이 밖에서 한 2분 정도 제시문 보고 들어가서...

    ◇ 김현정> 제시문이라는 게 뭡니까?

    ◆ 전봉열> 물어보고자 하는 글의 내용이요. 실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하고. 무슨 데이터, 빅데이터라고 주제가 있는데 세계지도가 주어졌어요. 거기에 독감 발병률이 적혀있고 지도를 해석해 보라고도 했어요.

    ◇ 김현정> 해석도 해보라...즉 미리 문제를 한 2분 정도 볼 수 있게 해주고 그걸 들고 8분 동안 면접을 보는 거예요?

    ◆ 전봉열> 네.

    ◇ 김현정> 거기에는 상황극도 있고 지도를 보여주는, 지도 해석하는 문제도 있고 데이터 분석하는 문제도 있고 다양한 것들이 있네요. 면접장에 들어가서는 어떻게 면접을 했습니까?

    ◆ 전봉열> 그냥 제시문에 질문 한두 개 대답하고요. 그리고 나중에 추가질문 하시더라고요. 예를들어 친구가 자기소개서를 썼는데 그 아이가 과장을 하는 걸 봤다. 그러면 어떻게 할 거냐고.

    ◇ 김현정> 그럴 때 너 같으면 어떻게 할것이냐.

    ◆ 전봉열> 그 다음에, 횡단보도 아무도 없는데 빨간불이면 어떻게 할 거냐 그런 것도 물어보고.그런 식으로 곁가지 쳐가지고 그랬던 같아요.

    ◇ 김현정> 아니, 횡단보도 아무도 없는데 빨간 불이면 어떻게 하냐고 그러면. 당연히 '저는 안 건넙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게 정답 아니에요? (웃음)

    ◆ 전봉열> 저도 그렇게 말했는데 그게 저를 착하게 꾸미려고 한 것 같아서 그것도 약간 떨어진 이유 같아요.

    ◇ 김현정> 그래요? 이거 그러니까 옛날에 저 학교 다닐 때 면접이라는 것은 그냥 요식행위같이 아주 결격사유 없으면 붙여주는 이런 게 면접이었는데. 요즘 면접은 많이 바뀌었네요.

    ◆ 전봉열> 아무래도 경쟁률이 2:1니까.

    ◇ 김현정> 면접이 몇 퍼센트나 서울대에 반영되나 봤더니 수능 60, 고교내신성적 10 그리고 면접이 30%나 들어갔습니다.

    ◆ 전봉열> 네.

    ◇ 김현정> 예전과는 상당히 많이 대학 입시가 바뀐 건데. 자연계 수능만점자 전봉열 씨 만나고 있습니다.

    수능 만점을 받았다길래 제가 신의 아들인가 이렇게 생각했는데 보니까 노력을 굉장히 오랫동안 많이 했네요.

    ◆ 전봉열> 아무래도 삼수니까 남들보다 보통 애들보다 2년 더 오래했죠.

    ◇ 김현정> 그렇죠. 그런데 재수하면 덜컥 될 줄 알았는데 또 떨어졌어요. 그때는 낙심이 컸을 것 같아요?

    ◆ 전봉열> 그때는 진짜 힘들었죠. 해도 안 된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나름대로 내세울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이제 실패하니까 자신감도 떨어지고 했는데 부모님이 또 제가 막 보기 안타까우셔가지고 먼저 말을 하시더라고요, 한 번 더 해보겠냐고. 그래서 저도 마음을 다시 잡고 다시 한 번 더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죠.

    ◇ 김현정> 결국 가장 힘이 됐던 건 부모님. 그래서 마음은 먹었는데 1년 또 버티면서 제일 어려웠던 건 뭐예요?

    ◆ 전봉열> 처음에 들어갈 때에는 아까 말했다시피 자신감이 없어가지고 애들이랑 어울리지 못했거든요. 외로움이 되게 컸어요. 처음에 고시원에 살다가 학사라고 애들 편의 봐주는 데 있거든요. 거기 갔더니 같은 처지의 아이들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친해지기도 해가지고 어려운 점도 극복하고.

    ◇ 김현정> 외로움은 그렇게 극복했는데 부모님한테 조금 죄송한 마음은 계속 있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요즘 돈 많이 들잖아요, 재수하고 삼수 하려면.

    ◆ 전봉열> 제가 그것 때문에 선택한 것도 학원을, 학원에 약간 장학제도가 있었어요.좀 혜택 보면 부모님 부담도 덜어줄 수 있으니까 다녔고, 그리고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이 들어 더 열심히 공부했죠.

    ◇ 김현정> 효자네요. 근데 요즘은 재수한번 하려면 돈이 얼마나 듭니까, 1년에 보통?

    ◆ 전봉열> 학원비만해도 한 달에 100만 원 돈 하니까요. 지방 애들은 또 올라오면 거주하는 곳 필요하고 용돈도 쓰고 그러면 또 그것도 한 달에 한 100만원씩 들고요.

    ◇ 김현정> 이거는 뭐 돈 없으면 재수도 못하는 세상이네요.

    ◆ 전봉열> 네, 그렇게 됐죠.

    ◇ 김현정> 참 여러 가지로 학교 들어가기도 어렵고 또 학교 들어간다고 해도 취업하기도 어렵고 이런 팍팍해진 세상인데 인생에 가장 찬란했던 그 시절들을 컴컴한 독서실, 학원 이런 데서 보낸 거 후회는 없습니까?

    ◆ 전봉열> 일단 결과가 좋아가지고(웃음) 그렇게 후회가 되는 건 없는데 그래도 재수, 삼수할 때 SNS 같은 거 있잖아요. 친구들이 여행간 거 올려놓고 하면 그런 건 제가 놓쳐버린 부분이니까 많이 아쉽기도 했죠.

    ◇ 김현정> 그럴 때는 기분이 어때요? 나 지금 컴컴한 독서실에서 수학책 보고 있는데 친구들이 스키장 간 사진 올리고 이런 거 보면?

    ◆ 전봉열> 이 부분은 이미 놓쳤으니까 다른 거라도 얻어가야겠다 싶어가지고 더 공부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됐어요.

    ◇ 김현정> 아, 수능만점자가 다른 게 이런 거군요. 다른 친구들이 수영장 가고 스키장 간 사진 같은 것 보면 나도 때려치고 놀고 싶다가 아니라 나는 이걸 놓쳤으니까 공부로라도 보상받아야 된다, 나중에. 이런 생각으로...

    ◆ 전봉열> 네.

    ◇ 김현정> 그러다가 이제 삼수의 긴 터널을 지나서 수능을 봤습니다. 만점일 거라는 예감은 보자마자 했습니까?

    ◆ 전봉열> 아니요. 시험 볼 때에도 그런 게 있잖아요. 두 개 중 하나는 답일 건데 알쏭달쏭한 거 그런 게 두 문제가 있어가지고 두 문제는 틀릴 수도 있겠다 했는데 가채점을 했어요. 그런데 그 두 문제는 맞았는데 앞에 이상한 게 틀려 있더라고요.

    ◇ 김현정> 가채점했을 때 하나 틀린 게 나왔었어요?

    ◆ 전봉열> 아뇨, 아뇨. 4개 틀렸어요, 가채점 할 때.

    ◇ 김현정> 4개나?

    ◆ 전봉열> 옮겨 적을 때 잘못 옮겨 적었나 봐요. 수험표 뒤에 자기가 나중에 채점하려고 옮겨 적는 게 있어요. 거기에 잘못 옮겨 적어서.(웃음)

    ◇ 김현정> 만점이라는 소리 듣고 기분은 어땠어요?

    ◆ 전봉열> 가채점도 틀렸는데 만점이라고 하니까 다 나를 속이는 것 같았어요. 나중에는 혹여나 이렇게 사람들한테 주목받았는데 아니라고 전산처리가 잘못됐다고 나올까 봐 되게 겁나기도 했고 좋기도 하고 그랬어요.

    ◇ 김현정>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부모님이셨죠?

    ◆ 전봉열> 네.

    ◇ 김현정> 잘했습니다. 전봉열 씨 지금쯤 대학에 줄줄이 낙방하고 재수, 삼수 시작하려는 후배들이 많이 있어요. 그 길을 먼저 걸어본 선배로서 막막해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한다면.

    ◆ 전봉열> 결심 한 것 자체가 대단하긴 한데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분명히 제가 재수 실패했듯이 후회하게 될 거에요. 그러니까 애매하게 하지 말고 하시려면 확실히 하셔서 꼭 원하는 결과 얻으시기를 바라요.

    ◇ 김현정> 재수 때는 조금 어설프게 했습니까?

    ◆ 전봉열> 네. 그때는 자습도 많이 빠지고 한 번 배운 거 다시 배우는 거라 자만도 있고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도 있고 해서.

    ◇ 김현정> 자신감이 남아 있을 때는 오히려 실패를 했고 3수 때 처절하게 바닥까지 갔을 때는 만점을 받고 그렇게 되는 거네요.

    ◆ 전봉열> 네, 그렇게 되죠.

    ◇ 김현정> 이제 전봉열 씨 의대 진학하면 의사될 텐데 어떤 의사가 되고 싶으세요? 어떤 꿈이 있으십니까?

    ◆ 전봉열> 흉부외과 의사가 되고 싶긴 한데요.

    ◇ 김현정> 흉부외과요? 그거 어려운 과인데, 어려워서 많이들 기피하는 과인데.

    ◆ 전봉열> 기피하니까 의사가 많이 부족하잖아요. 그런데 의료라는 게 어느 한 군데 다치고 싶어서 다치는 사람 없는데 의사가 부족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 부분을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는 입장이 될 수 있으니까 도전해 보고 싶어요.

    ◇ 김현정> 전봉열 씨, 꼭 훌륭한 의사돼서 다시 한 번 인터뷰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오늘 인터뷰 감사드리고요. 더 열심히 사셔야 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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