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관용> 카드사들의 1억 건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 국민적 충격이 매우 큽니다. 지금 카드사별로 대량 해지가 잇따르고 있다고 하고요. 그런데 카드야 해지 할 수 있죠. 그런데 이미 빠져나간 우리의 개인정보 가운데 특히 주민등록번호. 이건 해지도 할 수가 없어서 참 걱정입니다. 정부도 ‘주민등록번호 그 제도 자체에 대한 개편 검토 작업에 착수하겠다’ 이렇게 밝혔는데요.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는 ‘내 주민번호 좀 바꿔 달라. 내 주민등록번호 없애 달라’ 이런 요구까지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이 시간에 관련 전문가와 함께 주민등록번호 제도, 과연 어떻게 봐야 할지 좀 찬찬히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여연대운영위원장 맡고 계시고 또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이시죠. 건국대학교 법학과의 한상희 교수 나오셨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한상희> 네, 그렇죠.
◇ 정관용> 연도 두 글자. 그 다음에 월, 일. 그다음 나머지 일곱 글자는 또 다 법칙이 있죠?
◆ 한상희> 네.
◇ 정관용> 어떻게 되는 거죠? 그게.
◆ 한상희> 마지막 일곱 자리 중에 첫 자리는 성별이 들어가고요.
◇ 정관용> 남자, 여자.
◆ 한상희> 남자는 1번, 여자는 2번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그 뒤에 이은 네 자리는 그러니까 주민등록을 처음한 지역의 고유코드가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 한상희> 주로 그렇겠죠. 출생신고를 하면서 주민번호가 부여되니까요. 그리고 그다음 숫자는 등록한 순서. 그리고 마지막에는 검증코드가 들어가는 거죠.
◆ 한상희> 네. 숫자가 제대로 입력됐는지 특수한 알고리즘을 통해서 확인하는 숫자가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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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용> 네. 그래서 전 국민이 지금 다 갖고 있는 거죠?
◆ 한상희>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출생신고만 하면 딱 번호가 부여되는 거고.
◆ 한상희> 네. 자동적으로 부여되고 평생 동안 가지고 있어야 되고. 그리고 평생에 걸쳐서 바뀌지 않는. 그리고 한 사람에게는 오직 유일하게 하나의 번호만 부여되는 그런 시스템으로 돼 있죠.
◇ 정관용> 이게 그런데 저는 굉장히 오래전부터 있었던 걸로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역사가 길지는 않더라고요.
◆ 한상희> 네. 사실 주민등록번호 제도는 우리나라 군사정부가 권위주의 체제로 전환되는 시기하고 일치합니다. 그러니까 1968년도 1월달에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기습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그러니까 박정희 정부가 간첩과 불순분자를 색출하겠다. 그리고 병역 기피자를 찾아내겠다라는 목적으로 만들어 놓은 게 주민등록 제도입니다.
◇ 정관용> 68년에 처음 시작됐어요?
◆ 한상희> 네.
◇ 정관용> 그럼 그때 바로 이 열세 자리 번호라는 게 딱 만들어진 겁니까?
◆ 한상희> 그렇죠. 사실 어떻게 보면 도입취지 조차도 국민들을 간첩이나 불순분자로 보고 범죄인으로 보는. 그래서 국가가 계속해서 감시하겠다는 그런 의도를 깔고 있는 제도라고 봐야 되겠죠.
◇ 정관용> 그러니까 누구에게나 있고 한 사람한테만 딱 한 가지만 있고 절대 바뀌지 않는 특성 때문에 누구든지 ‘당신 주민등록번호 대 봐’ 해서 못 대거나 없으면 간첩 아닙니까?
◆ 한상희> 그렇죠.
◇ 정관용> 그러면 이 68년 이전에는 어떤 제도가 있었습니까?
◆ 한상희> 대체로 도민증이라든지.
◇ 정관용> 도민증?
◆ 한상희> 네, 국민증 그런 형태도 있었는데요. 실제 30년대 후반에 일제가 식민지 조선인들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류법을 만듭니다.
◇ 정관용> 무슨 법이요?
◆ 한상희> 기류법이라는 법을 만들어서.
◇ 정관용> 기류?
◆ 한상희> 네.
◇ 정관용> 기류가 무슨 뜻이죠?
◆ 한상희> 체류하고 있는. 그러니까 체류등록법이죠, 일종의.
◇ 정관용> 여기 조선에 살고 있다. 체류하고 있다?
◆ 한상희> 네, 조선의 이 지역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그런 제도를 만들어냅니다.
◇ 정관용> 그게 일종의 주민등록이네요?
◆ 한상희> 그렇죠. 그걸 바탕으로 해서 공출이라든지 또는 징용이라든지 이런 자원들을 확보를 했거든요. 이 제도가 계속 남아 있다가 해방 이후에 미군정이 그걸 다시 채용을 하고요. 그리고 이제 5.16이 나면서 5.16 군사정부가 반공을 국치로 내세우니까. 국민들이 여태까지는 그런 것을 잘 안하고 있다가 불순분자로 찍힐까봐 겁이 나서 앞다투어서 이 도민증을 발급받기 시작합니다.
◇ 정관용> 그럼 그전에는 그런 걸 발급받은 사람들이 별로 없었어요?
◆ 한상희> 사실 뭐 발급받아도 별로 쓰지도 않았고. 또 발급 안 받은 사람들도 많았었고요. 느슨하게 운영이 됐었죠.
◇ 정관용> 그러니까 저희가 워낙 이 주민등록 제도에 익숙해져 있어서 잘 상상이 안 가는데. 그러면 군사정변 일어나기 전에 다들 도민증도 없이 다녔다는 것 아닙니까?
◆ 한상희> 네, 그렇죠.
◇ 정관용> 그 예를 들면 학교에 입학하고 이럴 때는 어떻게 해요? 그러면.
◆ 한상희> 자기 호적이라든지 이런 것을 떼서 증명하면 되는 거죠.
◇ 정관용> 아, 호적이라는 것도 있군요.
◆ 한상희> 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국민들이 자기 신분을 증명하는 제도가 여러 가지가 겹쳐 있습니다. 호적 제도는 물론 없어지고 지금 가족등록부로 대체되긴 했습니다만 이 가족관계등록부라는 제도가 있고. 그다음에 주민등록 제도가 있고 그 외에 여권이라든지 또는 운전면허증이라든지 이런 다른 증명 제도들이 또 있는 거죠. 이런 것들이 서로 복합돼서 지금 운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 정관용> 맞아요. 여러 개가 있네요. 따지고 보면. 그런데 가장 보편적으로 누구나 쓰는 것은 주민등록번호 한 가지군요?
◆ 한상희> 그렇죠.
◇ 정관용> 운전면허증은 운전면허 있는 사람만 있는 거고.
◆ 한상희> 네.
◇ 정관용> 가족등록부도 일단 누구에게나 다 되겠네요.
◆ 한상희> 다 있기는 한데. A라는 사람이 이 가족등록부에 등록되어 있는 A라는 그 사람과 일치하는지 안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한상희> 그래서 사진이 첨부되는 또는 인상착의가 첨부되는 어떤 신분증을 만드는 것 이것은 대체로 어느 나라나 다 하는 제도거든요.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그것을 주민등록증이라는 증으로 대체를 하고.
◇ 정관용> 주민등록번호로.
◆ 한상희> 네. 거기에 주민등록번호를 적어서 전국에 걸쳐서 통일되게 시행한다는 점이 문제가 있죠.
◇ 정관용> 말씀 들어보니까 이런 거네요. 우리나라는 주민등록번호라고 하는 것을 어떤 중심 고리로 해서 가족관계등록부도 그걸 중심으로 해서 다 확인되고. 호적도 그걸 통해서 접근하고 운전면허도 거기서 접근하고 여권도 거기서 접근하고. 심지어는 의료보험, 건강보험 이런 것도.
◆ 한상희> 재산이라든지.
◇ 정관용> 국민연금.
◆ 한상희> 은행거래라든지 심지어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대포폰이라는 말이 있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 정관용> 그건 무슨 말이죠?
◆ 한상희> 휴대폰까지도 실명을 사용하지 않으면 지금 그러니까 주민등록을 등록하지 않으면 휴대폰 개통이 안 되는.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휴대폰 통화까지도 누군가가 감시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놓은 것이 우리나라의 체제죠.
◇ 정관용> 그렇죠. 휴대폰 번호도 역시 주민등록번호와 연결되니까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휴대폰 번호도 추적이 가능하고. 물론 논리입니다만 추적이 가능하면 바로 또 감청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등록번호 하나만 알면 못할 게 없군요.
◆ 한상희>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데이터베이스가 주민등록을 바탕으로 해서 연동이 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어떤 면에서는 1960년도 말에 전자정보시스템을 도입할 때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빠른 속도로 전자정부가 우리나라에 정착이 됐는데. 그 가장 밑바닥에는 주민등록제도가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도 있죠.
◇ 정관용> 어떻게 보면 효율적이에요.
◆ 한상희> 상당히 효율적입니다. 그런데 효율적이라는 말은 다른 말로 하자면 관료들 또는 국가권력이 강화된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고요. 그건 또 다른 말로 하자면 국민들의 인권이 제한되거나 침해될 가능성이 많아진다는 얘기가 되는 거죠.
◇ 정관용> 그렇죠.
◆ 한상희> 어떻게 보면 국가가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국민들과 시민사회를 통제하는 이런 장치가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인권이 보장되고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나라에서는 이런 제도는 되도록이면 안 취하려고 노력을 하는 그런 시스템이죠.
◇ 정관용> 외국의 경우 우리랑 비슷한 내지는 똑같은 제도를 하는 나라가 있습니까?
◆ 한상희> 비슷한 체제가 스웨덴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 정관용> 스웨덴이요?
◆ 한상희> 그런데 이제 스웨덴은...
◇ 정관용> 스웨덴은 민주주의 인권의 상징인 나라인데.
◆ 한상희> 전 국민에게 고정된 번호를 부여하고 이걸 바탕으로 해서 행정을 하는데요. 그 나라는 우리나라와 달리 사회민주주의 체제죠. 그러니까 국가가 국민생활의 모든 측면을 책임지는 일종의 복지 시스템이 아주 잘되어 있는 체제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 복지행정을 관리하기 위해서 경우에 따라서 어떤 코드가 필요할 수가 있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이거는 복지 서비스를 주기 위해서? 그렇게 필요한 거다?
◆ 한상희> 네, 그리고 그나마도 얼마 전에 행정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는 절대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아뒀다고 합니다.
◇ 정관용> 스웨덴에서?
◆ 한상희> 네.
◇ 정관용> 그러니까 휴대전화 개통할 때 이런 거 요구 못하게?
◆ 한상희> 네, 그렇죠. 못하게 하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은행계좌 틀 때 못하게?
◆ 한상희> 네. 그런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스웨덴하고 체제가 완전히 다르거든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취하고 있는 판에 국민들의 자유를 최대한도로 보장해 줘야 될...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럼 스웨덴이 유일합니까?
◆ 한상희> 제가 알기로는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북한은요?
◆ 한상희> 북한은, 거기는 비교 대상이 되지를 않죠. 아예 전체적인 감시 체제가 있는 북한이니까. 단 문제는 북한의 경우에도 과연 일부지역을 제외한, 평양이라든지 그 지역을 제외한 주변부 지역까지 국가의 감시력이 그렇게 미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 의심스럽거든요.
◇ 정관용> 어쨌든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체계는 북한에도 없는 거예요?
◆ 한상희> 제가 알기로는 이런 강력한 제도는 북한에도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하나의 번호에서 모든 게 연결되는 그런 건 아니라는 거죠?
◆ 한상희> 그렇죠, 네.
◇ 정관용> 다만 북한은 아까 말씀하신 다른 방식의 감시 체제가 있겠죠.
◆ 한상희> 네.
◇ 정관용> 옛날에 5호담당제 이런 것도 있었다고 하니까.
◆ 한상희> 네.
◇ 정관용> 중국 같은 경우는 어떻습니까?
◆ 한상희> 중국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 제도가 강력한 감시 체제가 되는 것은 항상 거기에는 정보화라는 정보기술이 부과되기 때문에 강력한 감시 체제가 되는 거죠.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68년도에 주민등록번호 제도가 도입될 때 야당에서는 강력하게 반대를 했습니다. 반대한 이유가 뭐냐 하면 어떻게 사람한테 번호를 매기느냐. 이건 인격권 침해다. 단순히 행정 편의를 위해서 인간의 인격을 저렇게 침해해서는 되느냐 하는 이유로 반대했지. 그의 다른 목적으로 반대한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게 정보화 사회가 들어서면서 각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고 개인의 모든 정보들이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되는 이 과정 속에서 문제가 되기 시작하는 거죠.
◇ 정관용> 그렇죠. 그러니까 70년대, 80년대까지만 해도 사실 주민등록번호가 있어도 일일이 어디서 다 손으로 쓰고 이러던 시절이니까.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게 컴퓨터로 연동이 되고 그것이 또 각종 세무정보, 건강정보, 경찰정보 이런 것들도 다 논리적으로 말하면 연결될 수 있는 그런 거니까 점점 더 무서워지는 거로군요.
◆ 한상희> 심지어 교육정보 같은 것도 나이스라는 망에 들어가서 평생 동안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저야 졸업한지 오래됐으니까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저희 애들 초등학교 성적이 앞으로 50년, 60년 후에도 추적이 가능한 형태로 보존되고 있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주민등록번호가 가지는 어떤 위력이라는 것은 전 세계의 어디에 견줄 수 없는 그런 강력한 것이죠.
◇ 정관용> 그럼 다른 나라의 경우는 대부분은 아까 말씀하신대로, 여권이나 무슨 자동차 운전면허증이나 이런 다른 수단으로 본인 신분을 인정합니까?
◆ 한상희> 네.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 정관용> 필요할 때?
◆ 한상희> 예를 들어서 세금문제를 다룬다 그러면 미국 같은 경우에는 사회보장번호를 중심으로 해서 수입을 판단하게 되는 거죠.
◇ 정관용> 사회보장번호를 따로따로 부여받아서.
◆ 한상희> 그리고 어떤 고속도로에서 과속을 하는 바람에 티켓을 떼는 경우는 운전면허증을 바탕으로 해서 관리를 하는 것이고. 그렇게 각각 분야별로 다르게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거기에 따라서 행정을 집행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 두 개의 데이터베이스가 연결되려면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되는 거죠. 그러니까 어떤 수입을 가진 사람이 속도위반을 많이 하느냐를 보려면 두 개의 데이터베이스를 아주 복잡한 메커니즘을 통해서 결합을 시켜야 되거든요. 그러려면 수많은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되고.
◇ 정관용> 굳이 결합시킬 이유도 없죠, 사실은.
◆ 한상희> 없죠, 사실은. 이제 그 과정에서 시민들이 국가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틀이 생기거든요.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게 만들 수가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주민등록번호 하나만 있으면 모든 데이터베이스를 다 감시를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국가, 정부에서는 행정기관에서는 개인정보 보안이 잘 보장된다. 걱정하지 말아라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어떤 권력, 강력한 정치권력을 가진 어떤 사람이 비밀리에 명령을 해서 정보를 좀 끄집어 내달라라고 했을 때, 그 정보가 나오지 마라는 법은 없거든요. 이제 이런 식으로 뭔가가...
◇ 정관용>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거죠?
◆ 한상희> 그렇죠. 그런 체제가 만들어져 있고 또 운영되어 있고 그리고 이제 그와 덧붙여서 그 관련된 가장 중요한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어 버리고. 요즘에 와서는 심지어 양쯔강에 있는 노인 분들도 대한민국 국민들 주민등록번호는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거든요.
◇ 정관용> 아니, 중국 양쯔강의 노인이? 왜요?
◆ 한상희> 중국에서는 한국 주민등록번호는 상식이라는 이야기까지 있거든요. 그만큼 퍼져있다는 거죠.
◇ 정관용> (웃음)
◆ 한상희> 이런 상황이 되니까 정말 국민들 입장에서는 감시당한다는 그런 불쾌감을 넘어서서 아예 생활 자체가 불안한 상황이 되는 거죠.
◇ 정관용> 네. 제가 정보 관리하는 업체의 대표하고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분이 이해하기 쉬우라고 저의 예를 들면서 제가 주민등록번호랑 뭐 한 두 가지만 알면 가짜 페이스북 계정이나 뭐 이런 걸 만들어 가지고 사람들을 자꾸 거기에 모이게 해서 그러다가 ‘나 갑자기 자동차사고가 났는데 돈 좀 보내줘’ 이러면 막 보낸다는 거예요. 별의별 사건이 다 가능하답니다, 그렇게.
◆ 한상희> 저도 페이스북을 자주 하는데 그런 식으로 서로 상부상조하는 시스템들이 있거든요. 주민등록번호 하나만 알면 얼마든지 아이디를 만들어서 그런 사기를 만들 수 있는 거죠. 사실 그 주민등록번호 제도가 가지는 제일 큰 문제점이 바로 그런 거죠. 데이터베이스를 다 긁어모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모르는 상황에서 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 정관용> 그래서 이렇게 컴퓨터로 인해서 모든 자료가 집적되면 집적될수록 차단벽을 쳐야 되는 거죠?
◆ 한상희> 네, 그렇죠.
◇ 정관용> 주민등록번호는 차단벽이 없는 거고.
◆ 한상희> 네.
◇ 정관용> 이게 핵심이군요.
◆ 한상희> 네, 두 가지인데요. 그러니까 주민등록번호 자체 때문에 모든 데이터베이스가 연동되는 점이 하나가 있고요. 그리고 정부에서 자꾸, 특히 안행부에서는 보안기술이 발달해서 절대 나가지 않는다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 중요한 건 보안기술이 아닙니다.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의, 그러니까 어떤 인권 보호, 개인정보 보호의 의지죠. 그게 마인드의 문제거든요. 지금처럼 개인정보를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을 하고 행정편의를 위한 수단으로 취급을 하는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는 보안장치를 아무리 잘해 봐야,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은 많아지는 거죠.
◇ 정관용> 또 해킹의 위험도 분명히 있는 것이고. 또 우리 채동욱 검찰총장, 이른바 혼외자식으로 지목된 아이의 개인정보유출.
◆ 한상희> 가장 대표적인 경우죠.
◇ 정관용> 그런 게 바로 무슨 국장이 연루됐다더라, 행정과 연루됐다더라, 그러면 그냥 나가는 것 아닙니까?
◆ 한상희> 그러면서도 그 책임소재는 밝혀지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사태가 일반 개인의 경우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있을 수 있는 거죠. 그러면 지금 정부도, 박근혜 대통령도 이거 한번 다시 검토해 보자라고 했고. 뭔가 검토를 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고칠 수 있습니까, 방향이?
◆ 한상희> 가장 좋은 방법은 주민등록번호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겁니다. 사실 그것이 존재할 이유가 없고요.
◇ 정관용> 완전히 없애도 됩니까?
◆ 한상희> 네. 완전히 없앨 수도 있습니다.
◇ 정관용> 가능합니까?
◆ 한상희> 네. 문제는 그것을 없애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과 비용이 들죠. 그거는 우리가 개인정보 보호 또는 정보인권의 보호라는 점에서 우리 국민들이 감당해야 될 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제 한꺼번에 거기로 넘어갈 수 없으니까 과도적인 형태로, 뭐 경우에 따라서는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인정한다든지 또는...
◇ 정관용> 번호 13자리를 다 바꿀 수도 있어요?
◆ 한상희> 그 체제를 다 바꿔도 괜찮죠. 사실 앞에 생년월일이 있고 뒤에 성별이 있고 하지만, 이거는 어떤 의미에서는 의미 없는 번호죠. 그러니까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한다는 점에서 이거는 의미 없는 이야기거든요. 필요하다면 주민등록증에 생년월일은 따로 적고. 또 주민등록번호는 다른 형태로 정해도 되는 거죠.
◇ 정관용> 자기 마음대로 정해도 된다? 그런 번호로 바꾸어서 행정 데이터베이스에 등록을 시켜놓으면 일단 유출은 안 됐으니까. 그 걱정은 차단할 수 있군요. 하지만 행정 데이터베이스에는 그 번호를 통해 다 연동이 돼 있을 테니까, 국가권력이 악용하려면 하는 것은...
◆ 한상희> 얼마든지 가능하죠. 그래서 장기적으로 행정정보망에 들어가 있는 주민등록번호 자체도 없애야 되는 거죠.
◇ 정관용> 그렇군요. 그게 폐지네요, 그러니까. 건강관리공단에서는 거기에 맞춰서 번호를 부여하고.
◇ 정관용> 별도의 번호로?
◆ 한상희> 국세청에서 국세청 번호를 따로 부여하면 되는 거죠.
◇ 정관용> 그럼 그런 거는 어떻게 되나요? 의료보험증 같은 거는 갓 태어난 아기한테도 다 부여가 되나요.
◆ 한상희>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때는 어떤 번호를 가지고 쓸 수 있을까요?
◆ 한상희> 그러니까 그 애기한테 의료보험공단에서 특별한 번호를 부여하면 되죠.
◇ 정관용> 정말 상식을 바꿔야 되는 거라서. 제가 금방금방 접수가 안 됩니다. 그런데 분명히 가능하네요. 한번만 더 생각해 보면. 갓난아기는 어떻게 신원을 입증하지? 생각해 보니까 필요할 때마다 입증하면 되는 거네요. 학교 보낼 때는 가족관계등록부에서 할까요?
◆ 한상희> 네. 가족관계등록부를 보여주고 그리고 얘가 내 애다라는 그것만 가족관계등록부로 입증하면.
◇ 정관용> 맞네요. 우리가 너무 찌들어 살았습니다, 주민등록번호 제도에.
◆ 한상희> 사실 이제 저 같은 경우에도 학교에서 제 교수번호가 있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한상희> 관리는 주로 그 교수번호로 관리를 합니다.
◇ 정관용> 사원번호가 있잖아요, 다. 그러네요. 국민들이 상식을 바꿔야 되겠는데요.
◆ 한상희> 조금만 바꾸면 그렇게 크게 불편한 건 아니거든요.
◇ 정관용> 그런데 이게 돈이 많이 듭니까, 바꾸려면?
◆ 한상희>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마는, 사실은 행정시스템을 변경하는 것이지, 어떤 경제적인 비용의 문제는 그렇게 크지 않는 걸로 예상이 됩니다.
◇ 정관용> 글쎄요. 뭐 지금까지 구축되어 있는 행정전산망의 구조를 우선 바꿔야 되겠네요.
◆ 한상희> 네.
◇ 정관용> 그건 정부가 고민해야 할 대목인 것이고. 그밖에는 지금도 이미 그런 얘기가 나왔습니다마는, 하다못해 휴대전화 개통할 때도 주민등록번호 요구하는 이런 것 못하도록 하겠다. 이런 거는 당장이라도 할 수 있잖아요, 사실.
◆ 한상희> 네.
◇ 정관용> 그런데 왜 그걸 못하는 거죠?
◆ 한상희> 어떻게 보면...
◇ 정관용> 타성에 젖어서?
◆ 한상희> 타성보다는 행정 편의.
◇ 정관용> 편의.
◆ 한상희> 그러니까 옛날에 팩스가 처음에 만들어졌을 때 우리 그때는 체신부였죠. 체신부에서 팩스를 인가제로 했죠. 국가가 관리를 했거든요. 왜냐하면 국가정보가 외국으로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 그래서 관리를 한 거죠. 5공화국전까지만 해도 해외여행 자유롭지 못했지 않습니까? 다 그게 나름대로 이유는 있었죠. 그러나 지금 지나고 보면 그 이유는 쓸모없는 이유였죠. 주민등록번호 제도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우리의 상식을 바꿉시다. 그냥 누구나 줄줄줄 외우고 있는 이 13자리. 외국 사람들은 그렇게 외우지도 못한다면요?
◆ 한상희> 그렇죠.
◇ 정관용> 자기 각자번호.
◆ 한상희> 외울 필요도 없죠.
◇ 정관용> 하긴 저희가 여권 번호 못 외워요. 운전면허증 번호도 못 외워요. 그런데 주민등록번호는 외운단 말이에요.
◆ 한상희> 너무나 많이 요구를 당했고, 너무나 많이 적었기 때문에 그렇죠.
◇ 정관용> 너무 그냥 일상화 돼 있었다. 너도 나도 그냥 사용을 했다. 이거 뭐 안행부가 금방 답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어떻습니까?
◆ 한상희> 사실 주민등록번호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여태까지 안행부는 아주 경직된 태도를 보여왔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오늘 언론에서 보도된 바에 의하면 조금 개선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건, 그 자체로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개선방안조차도 기존의 주민등록 제도를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지는 거죠. 그게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주민등록번호는 숨겨두고, 다른 가짜번호를 하나 연동시키겠다는 그런 발상이거든요. 이거는 근본적인 치유책은 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기본방향을 폐지에 두어야 한다?
◆ 한상희> 네.
◇ 정관용> 폐지해도 충분히 가능하다.
◆ 한상희> 감당 가능하다고 봅니다.
◇ 정관용> 다른 나라 사례를 다 봐도 마찬가지다.
◆ 한상희> 네.
◇ 정관용> 그래요. 국민적 운동이라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한상희> 여태까지 10년에 걸쳐서 운동을 해 왔거든요. 그런데도 전혀 지금 대꾸가 없었는데, 어떻게 보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요? 좀 더 많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이번의 사건을 계기로 해서 좀 작은 불편이라도 겪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해 봤으면 좋겠네요. 도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한상희>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건국대학교 법과대학 한상희 교수였습니다. 오늘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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