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공식 대회 인포에서 쇼트트랙 여자 500m 우승후보로 꼽힌 박승희(왼쪽). 사진은 동생인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박세영과 함께 한 모습.(자료사진)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의 박승희(22, 화성시청)도 4년 전 밴쿠버올림픽 눈물의 아픈 기억을 씻어내기 위한 설욕의 레이스를 산뜻하게 출발했다.
박승희는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경기 첫날인 10일(한국 시각) 여자 500m에서 가볍게 조 1위로 준준결승에 올랐다. 이어진 3000m 계주 예선에서도 한국의 결승 진출에 힘을 보탰다.
여자 대표팀에서 4년 전 밴쿠버 대회 출전 경험이 있는 선수는 박승희와 맏언니 조해리(28, 고양시청)뿐이다. 당시 대표팀은 노 골드에 머물렀고, 당시 여고생이던 박승희만이 1000m와 1500m 동메달을 따냈을 뿐이다.
금메달이 유력했던 계주에서 8위에 머물면서 박승희는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4년이 지나 박승희는 눈물의 기억을 지우려 소치에 왔다.
예선을 마친 뒤 박승희는 "생각보다 계주도 잘 맞았고 다들 잘했던 것 같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장거리 쪽은 워낙 상위에 있어 걱정 안 하고 마음 편하게 할 것 같은데 단거리에서도 가능성을 봐서 좋았다"고 흡족해 했다.
하지만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박승희는 "생각보다 얼음은 그리 좋지 않다"면서 "여자부는 올라온 선수들은 올라올 수 있고 올림픽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대회 조직위 "박승희, 韓에 첫 500m 금 안길 것"
특히 박승희는 조직위원회가 대회 자료를 배포하는 공식 인포에서 500m 우승후보로 꼽혔다. 조직위는 "500m 랭킹 1위이자 최강 왕멍(중국)의 부상 불참으로 박승희가 한국에 이 종목 첫 번째 금메달을 안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박승희는 "아이구, 제가요? 어디서요?"라고 놀라면서 "어머, 어떻게 감사하네요"라고 황송하게 말했다. 이번 시즌 박승희는 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 500m 랭킹에서 4위에 올라 있다. 1위 왕멍에 이어 판 커신(중국)과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가 2, 3위에 포진했다.
사실 500m는 한국의 주종목이 아니었다. 왕멍을 앞세운 중국세가 워낙 강했다. 그러나 왕멍이 부상으로 빠진 만큼 박승희도 해볼 만하다. 올 시즌 박승희는 헝가리 세계선수권에서 500m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일단은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박승희는 "워낙 저보다 월등한 선수가 많기 때문에 열심히만 할 뿐이고, 만약 잘 타게 된다면 그건 제가 잘 타서가 아니라 생각하고 하늘에서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지만큼은 단단했다. 박승희는 "지금은 밴쿠버 생각 안 나요. 나면 안 되죠"라며 이를 앙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