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초보수적인 이슬람 정책을 추진해온 이란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음악이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간 '불경하다'는 이유로 TV에서 음악 밴드의 공연을 허락하지 않았던 이란이 지난달 TV를 통해 두 음악 밴드의 공연을 내보냈다고 11일 보도했다.
이란 국민은 이에 대해 이슬람 강경파인 전임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이른바 '이슬람 코드'를 완화하고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반응이라고 FT는 전했다.
최근 이란 국영TV에는 전통적인 페르시안 음악을 연주하는 아바예 페르시안 밴드가 출연했다. 1979년 이래 국영TV에서 밴드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그게 처음이다.
아바예 페르시안 밴드의 사만 알리푸어(25)는 자신들의 연주가 끝날 때까지도 연주 모습이 TV에 방영되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느 때처럼 우리가 연주할 동안 TV 화면에는 우리 대신 자연풍경이나 추상적인 무늬가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밴드의 연주 모습을 방송한 담당 PD는 FT의 취재 요청에 답변을 거부했다.
밴드의 연주 장면이 방송된 뒤 신문에는 격분하는 머리기사가 달렸고 온라인에서는 논쟁이 벌어졌으며 담당 PD는 언론 인터뷰에서 실수로 밴드 연주 장면을 내보냈다는 말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런데 국영TV가 보여준 밴드 공연은 하나가 아니다. 같은 날 심야쇼 '라디오7'에는 인기 현대음악 밴드 팔레트가 출연해 연주를 펼쳤다. 하지만 이들은 실제 악기를 연주하는 대신 연주하는 흉내만 냈다.
이는 이들을 보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규정'을 지키기 위한 편법이었다고 담당 PD는 설명했다. 그렇게라도 함으로써 세대간,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간 벌어진 틈에 다리를 놓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