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한에서 최고 지도층의 정책과 결정에 따라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반(反) 인도 범죄가 자행돼왔다고 결론을 내렸다.
COI는 또 북한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데 대해 국제사회는 '보호책임'(R2P: Responsibility to People)을 져야 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정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나 유엔 임시 재판소를 만들어(the establishment of an ad hoc tribunal by the United Nations) 회부하고 책임자에 대한 제재를 하라고 권고했다.
COI는 특히 반 인도 범죄 등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보위부, 수령 등 국가기관의 책임을 묻고, 인권 개선을 위한 근본적 변혁과 수령을 포함한 개인의 형사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OI는 17일(현지시간) 오후 스위스 제네바 유럽 유엔본부에서 마이클 커비 위원장과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런 내용이 담긴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커비 위원장은 특히 기자회견에서 격앙된 어조로 "북한의 조직은 대부분 `슈프림 리더(수령)'에 수렴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반(反) 인권 범죄에 책임 있는 사람을 국제법에 따라 처벌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기소, 재판, 처형 등 모든 절차를 단 3일만에 끝낸 것도 북한의 인권실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아울러 지난 1월 20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내 COI가 안보리에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 회부하라고 권고할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 본인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게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한에서 "위원회는 반 인도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도록 유엔에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권고할 예정"이라며 "이 편지와 보고서에서 거론되는 반인도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질 사람 중 당신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의 반 인도 범죄의 사례로 △정치범수용소 및 일반수용소 수감자 △종교인·반체제 인사 △탈북 기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 등을 열거하며 주민을 기아상태에 몰아넣고 외국인을 납치한 것 등이 체제유지와 지도층 보호 등 정치적 목적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COI는 이에 따라 위원회가 수집한 자료와 증거 그리고 보고서를 토대로 후속조치를 담당할 조직을 유엔인권최고대표(OHCHR)에 설치하는 등 유엔 내 북한 인권 담당 조직 강화를 제안했다.
아울러 북한에 대해 정치범 수용소 폐쇄, 사법부 독립 등 정치적 제도적 개혁, 형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 사형제 폐지, 반 인도범죄 책임자 처벌, 북한 내 OHCHR 사무소 설치 수락 등을 요구했다.
또한, 중국과 주변 국가에 대해 강제송환금지 원칙 준수와 탈북민 보호, 인신매매 관련 피해자 보호, 북한 공작원에 의한 탈북민 납치 방지 조치 시행 등을 촉구했다.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는 지난해 3월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유럽연합(EU)의 북한 인권조사 기구 창설 등이 포함된 대북 인권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1년간 북한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조사를 벌여왔다. 특히 조사위의 보고서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를 ICC에 기소할 근거가 될 수 있을지가 관심을 끌었다.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는 이번에 발표한 내용을 정리해 다음 달 17일 유엔인권위 25차 정례회의에 정식 보고할 계획이며, 유엔인권위는 내달말 북한 인권조사위 보고서를 토대로 후속 조치 등을 담은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우방들은 COI 조사보고서를 즉각 환영했지만 북한이 이를 전면 거부하고, 중국 역시 유엔이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히고 나서 유엔 인권위가 내달말 후속조치를 담은 대북결의안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베네수엘라와 쿠바 등도 인권위에서 계속 북한인권조사위 활동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