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새벽 붕괴 사고가 난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이 매몰자 구조를 위한 밤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송은석 기자)
"정신을 잃으려는 순간 선배들이 와서 이름을 물으며 손을 잡아줬어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부산외대 신입생 이연희(19·여)씨는 "가슴에 내려앉은 철골 때문에 숨을 쉬기 힘들어 정신을 잃으려고 할 때 선배 6명이 다가와 이름을 물으며 손을 잡은 채 '정신 차려'라고 말해줬다"고 떠올렸다.
지난 17일 사고 당시 이씨는 체육관 뒤편에서 머리를 감싼 채 그대로 건물 더미에 깔렸다.
이씨는 "총소리처럼 탕탕탕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리더니 갑자기 앞쪽 친구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며 "무슨 이벤트가 시작된 줄 알았는데 친구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는 순간 천장을 바라보니 무거운 구조물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사고 직후 이씨는 자신을 찾는 선배들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는 곧 천장 구조물에 깔려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곳곳에서 "살려주세요"라는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이씨는 선배들이 소속과와 이름을 물으며 "살 수 있다. 정신을 놓으면 안 된다"며 점점 체온이 떨어지는 자신의 손을 잡아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다리만 깔린 친구들과는 달리 온몸이 천장에 깔려 정신이 오락가락 했다"며 "선배들의 소리가 들릴 때마다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사고 당시 아비규환 속에서도 부산외대 학생들은 경찰, 소방대원들과 함께 구조를 돕는 등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구조대 한 관계자는 "제설되지 않은 도로에 구급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학생들이 이불 보에 부상자들을 옮겨 50∼70m 씩 들고 구급차까지 날랐다"며 "어두워서 잘 보지 못했지만 수십명의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은 숙소로 돌려보낸 뒤 구조 작업에 나선 듯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