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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시

    사기꾼도 춤추게 하는 '믿음의 힘'

    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⑥

     

    당신은 투자를 할 때 사업성을 먼저 보는가, 그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의 성품을 눈여겨보는가. 사람마다 답은 제각각일 게다. 하지만 '사업성은 바뀔 수 있지만 인간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30여년 전 필자는 모그룹 사장의 부탁으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A장관의 사건을 처리한 적이 있다. 사건은 이랬다. 모 장관은 토요일 오후 여비서와 사무실에서 밀애를 즐겼고 이 장면이 몰래카메라(몰카)에 잡힌 것이다. 범인은 이를 빌미로 사업자금을 요구했고 뒷감당이 어렵자 A장관은 평소 친분이 있던 모 그룹 사장에게 사태수습을 부탁했다. 사장의 부탁으로 현금을 들고 그 범인을 만났지만 한가지 걱정거리가 생겼다. 돈을 건네도 필름의 원본을 받는 게 아니라서 현금을 거듭 요구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래서 돈을 건네기 전 이렇게 물었다.

    "여보시오, 이렇게 돈을 받고 나중에 또다시 돈을 요구하면 어쩔거요. 집요하게 물고 들어가는 게 이런 일인데, 앞으로 아무런 일도 없을 것이라는 걸 무슨 수로 보장할거요." 말은 들은 범인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입을 열었다. "이런 일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아십니까. 이것도 사업인데 잘못하면 바로 감방행입니다. 그러니 바보같이 행동할리가 있겠습니까. 다른 사업도 마찬가지지만 몰카 같은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첫째도 신용, 둘째도 신용, 셋째도 신용입니다."

    남의 약점을 잡아 돈을 뜯어내는 파렴치한 범인의 입에서 신용이라는 말이 나오니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범인의 주소와 이름만 파악하고 돈을 건네줄 수밖에 없었다. 막말로 그의 신용을 믿고 해결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범인의 말을 녹음하고 이후 약속을 저버리고 배신할 경우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은밀하게 일을 해결하고자 했던 A장관의 바람과 어긋나는 방법이었다. 몰카 사건 5년이 지난 후 필자는 주소를 이용해 그의 근황을 수소문했다. 그는 조그만 세탁소를 차려 돈을 벌었고 지금은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는 말을 들었다. 축하도 해줄 겸 편지로 어떻게 성공했는지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몇번이나 다시 돈을 뜯어내려고 생각했지만 나같이 파렴치한 사람의 신용을 믿어준 것에 보답하고자 열심히 살았습니다. 열심히 살았다는 말은 다른 사람과의 신용을 절대 깨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신용을 지키느라 당시는 어려웠지만 서서히 매출이 늘며 자리를 잡았고 입소문에 저절로 사업이 번창하게 됐습니다."

    범인의 부도덕한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 말에는 배울 수 있는 게 딱 하나 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신용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거다. '신信'은 내뱉은 말을 지키라는 뜻이다. 신용이 없으면 어떤 일도, 어떤 사업도, 어떤 기업영경도 일으킬 수 없다. 일반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때 다음의 두가지 요소를 본다. 첫째는 사업성이다. 둘째는 사업을 하려고 하는 사람의 인간성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인간성보단 사업성 검토에만 매달린다. 불투명한 사업의 수익효과와 미래전망 등을 따져보고 무지개 같은 환상에 사로잡혀 투자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많다.

    {RELNEWS:right}어떤 사업을 시작할 때 사업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그 사업 프로젝트를 들고 온 사람의 신용, 다시 말해 사람의 인간성을 더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사업성이 뛰어난 프로젝트라도 그것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건 사람이라서다. 사업 프로젝트는 수정과 변경이 가능하지만 인간성은 수정과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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