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각 후 도피 중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항에 있는 러시아 군기지에 은신해 있을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TV 방송 ATR은 이날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당국의 수배령을 피해 세바스토폴항의 러시아 흑해함대 기지에 도피해 있으며 여기서 선박을 이용해 러시아로 망명을 시도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또 러시아가 세바스토폴로 군대를 파견할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우니안(UNIAN) 통신도 러시아가 세바스토폴 카자흐만에 정박 중인 흑해함대 상륙함을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위해 준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 군사 소식통은 자국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흑해함대 군함이나 다른 시설에 야누코비치는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장은 야누코비치가 러시아에 망명을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면서 "이는 정보전과 선전전의 일환"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우크라이나 언론을 인용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이미 개인 요트를 타고 우크라이나 영토를 빠져나갔다는 설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어느 나라에 도착했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수도 키예프를 떠나 자신의 정치 기반인 동부 지역으로 피신한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23일 크림반도로 잠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확한 소재지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가 모든 통신 수단을 끊고 소수의 경호원만을 대동한 채 은신 중이기 때문이란 것이 우크라이나 당국의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24일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민간인 대량 학살 혐의로 형사입건하고 전국에 수배령을 내렸다.
내무부와 국가보안국 요원들로 구성된 수사팀이 야누코비치 체포를 위해 크림반도로 급파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
아르센 아바코프 내무장관 대행은 22일 도네츠크에서 전세기로 도주하려다가 국경수비대의 저지로 발이 묶인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이튿날 크림반도 남부 발라클라바의 한 사저에서 묵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