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국 위기가 러시아 금융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안정세를 찾아가던 러시아 루블화 환율이 다시 치솟고 우크라이나에 투자한 러시아 은행들의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모스크바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루블화 환율은 달러와 유로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은 이날 오후 한때 5년 만의 최고치인 36.03루블까지 치솟았고, 유로 대비 루블화 환율도 49.4 루블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27일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을 35.78 루블, 유로 대비 루블화 환율은 49.18 루블로 고시했다.
전문가들은 지난주 금융 당국의 외화 매입 방침 발표로 상승세로 돌아섰던 환율이 이번 주 들어 이웃 우크라이나의 정국 불안 사태로 더욱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스크바 투자 전문 그룹 BKS 외환 분석가 이반 코페이킨은 "한동안 우크라이나 사태가 환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예금을 달러, 유로, 루블 등으로 분산 예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향후 몇 주 동안 루블화 환율 변동은 주로 우크라이나와 중국 상황에 크게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금융 상황은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그럴 조짐이 없다"고 분석했다.
또다른 투자 회사 '체리흐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수석 분석가 올렉 두쉰도 "디폴트 직전의 우크라이나 재정 상황이 러시아 루블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유혈 사태가 끝났다고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많은 자산을 갖고 있고 30억 달러의 차관도 지원한 상태라 이러한 요소들이 루블화 가치 하락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흐리브냐화의 약세도 루블화 환율 상승을 채찍질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날 달러 대비 흐리브냐화의 환율은 하루 만에 6%가 올라 사상 최고치인 10.35 흐리브냐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 국영은행들의 피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앞서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우크라이나 지점을 통해 현지 기업들에 돈을 빌려준 러시아 국영은행들이 우크라이나의 정치·경제 위기에 따른 채무 기업들의 파산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