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와 정면 대결을 피하며 애써 '거리두기'를 해왔던 미국이 강경 노선으로 급전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오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 자치공화국에서 군사적 움직임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대가가 있을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의 단일성을 침해하는 행위는 심각한 불안정을 일으킨다"며 "미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개입에는 대가가 따르리라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고 밝혔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이날 오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통화한 뒤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극도의 주의를 기울이고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중함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미 ABC 방송은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7시간만에 180도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사태를 '냉전의 귀환'이라고 보기보다는 옛 소비에트 연방 국가에 대한 러시아의 안정화 시도로 여기고 러시아 정부와 협력할 기회로 여겨왔다.
특히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 이란 핵 제재 등 굵직한 국제 현안을 해결하는 데 러시아의 역할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미국은 러시아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국이 태도를 바꿔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선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추가로 공격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이는 나아가 러시아가 미국의 유럽·중동·아시아 내 이해관계에 도전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양국 간 오래된 긴장관계가 되살아나 '신냉전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오바마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로 결심한 것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군사개입설을 미 정부가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익명의 이 관계자는 "수백명의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로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은 "러시아의 추가 병력이 크림반도에 배치된 것 같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러시아에 군 철수를 요청했다.
미국이 군사개입 대가로 실제 러시아에 어떤 제재조치를 취할 것인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