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중앙정부에 반대하는 동남부 지역의 저항 분위기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크림반도의 친러시아계 주민들이 크림 자치공화국의 자주권 확대를 요구하며 중앙정부로부터의 이탈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동부 도시 하리코프에서는 중앙정부 반대파와 지지파 간에 충돌이 벌어져 100여 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일(현지시간) 이타르타스 통신과 BBC 방송 러시아어 인터넷판 등에 따르면 전날 하리코프에서 친서방 성향의 중앙 정부에 반대하는 친러시아 시위대와 중앙 정부 지지 세력 사이에 충돌이 벌어져 중앙 정부 지지 진영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생겼다.
보도에 따르면 친러 시위대는 이날 오전(현지시간) 하리코프 시내 '자유광장'에서 '도시 수호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에는 최대 1만 5천 명의 주민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친서방 중앙 권력에 맞서 하리코프가 단결할 것을 호소하며 "하리코프"와 "러시아"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시내에 세워진 레닌 동상 철거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유혈 충돌은 집회 참가자 중 일부가 자유광장 인근의 주정부 청사를 공격하면서 일어났다. 주정부 청사는 극우민족주의 조직 '우파진영' 소속 청년 수십 명이 일주일째 점거하고 있던 터였다.
친러 성향 시위대는 청사 출입문과 창문을 부수고 안으로 진입해 청사를 점거하고 있던 반대 세력을 무차별 폭행했다. 이후 총성과 함께 10여 차례의 폭발음이 들렸다.
밖으로 끌려 나온 우파진영 청년들은 청사 앞에 진을 치고 있던 수천 명의 친러 시위대로부터 폭행과 욕설, 야유 세례를 받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부상을 입고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후 시위대는 청사 앞에 걸려있던 우크라이나 국기를 내리고 러시아 국기를 게양했다. 이에 시민들은 일제히 "러시아"를 연호하며 지지를 보냈다. 친러 시위대의 청사 공격을 저지하지 않던 경찰은 상황이 진정된 후 청사 주변을 봉쇄하고 통제에 들어갔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30~50명 씩으로 구성된 친러 자경단들이 시내를 돌며 순찰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시내 중심가의 차량 운행은 완전히 정지됐고 지하철도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